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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논의의 쟁점 "2차 드래프트 실효성, 정말 있었나"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12-09 13:30


2020년 3월 열렸던 실행위원회.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각 구단 단장들이 머리를 맞댔다. 2020시즌을 마치면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됐고, 그중 변화도 예고했다.

현재 자가 격리 중인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을 제외한 KBO리그 각 구단 단장들은 8일 KBO에 모여 실행위원회를 개최했다. 시즌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랜만에 자리에 모였고, SK 와이번스 류선규 신임 단장 등 새 얼굴이 포함된 만큼 여러 이야기들을 심도깊게 나눴다.

그중 가장 이슈가 된 주제가 바로 '2차 드래프트 폐지'다. 2011년 가을 처음 실시된 2차 드래프트는 2년에 한번씩 열렸다. 지난해 5번째 2차 드래프트가 열렸고, 순서상으로 2021시즌을 마친 후 다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단장들이 폐지에 의견을 모았고, 다음주로 예정된 10개 구단 사장단 모임인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사실상 폐지가 확정적이다.

단장들은 2차 드래프트 폐지가 결코 급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A 구단 단장은 "처음 2차 드래프트를 실시한 이유가 9구단(NC)과 10구단(KT)을 위해서였다. 전력 평준화를 위해 선수 이동과 수급이 필요하다고 여겨졌었다. 이제는 전력이 어느정도 안정화 됐다. 또 2023년도 신인 드래프트부터 지역 연고제가 폐지되고,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된다. 처음 2차 드래프트를 도입할 당시에, 전면 드래프트가 성사되면 폐지하자는 게 전제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B 구단 단장도 "선수 이동이 목적이라면 2차 드래프트보다 오히려 트레이드를 활성화 하는 게 낫다.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지 않았나. 앞으로도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2차 드래프트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차를 거듭할 수록 의문 부호가 붙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겨 기회를 얻은 선수도 분명히 있었다. 1회 2차 드래프트 당시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이재학이나 LG에서 KT로 깜짝 이적한 이진영(은퇴), SK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김웅빈 등이 있었다. 작년 가을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도 이해창(KT→한화), 정진호(두산→한화), 이보근(키움→KT), 홍성민(롯데→NC), 정근우(한화→LG) 등이 이적 후 1군에서 활약한 사례를 보여줬다.

그러나 예년만큼 활발한 이적은 쉽지 않은데다 '뽑을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구단들의 불평도 잇따랐다. 또 라운드별로 3억원, 2억원, 1억원의 보상금을 원소속 구단에 줘야 하는 부담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지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작년에 열린 2차드래프트에서 키움과 두산은 아예 한명의 선수도 뽑지 않았고, 롯데와 KIA 역시 1라운드 지명 이후 손을 놨다. 그러다보니 선수를 많이 내주는 몇몇 팀은 계속 1.5~2군급 선수를 빼앗기기만 하는 묘한 악순환이 반복됐다.

내준 선수보다 영입 선수가 많은 팀들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지난 5차례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데려온 선수 가운데, 기대만큼 활약을 펼친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구단들끼리의 이런 공감대가 전체적으로 형성돼 있었다. 2023년도 신인드래프트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폐지 시기를 앞당긴 것도 이런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KT와 NC가 각각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만큼 이제는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했고, 구단들이 실용적인 전력 보충을 할 수 있는 트레이드가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수들에게는 폐지가 아쉽다. 기존 팀에서 포지션 중복 등의 이유로 출장 기회가 적은 선수나 과거 주전으로 뛰었지만 팀의 리빌딩으로 입지가 좁아진 고연봉 베테랑 선수들이 적은 보상금으로 팀을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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