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규정이 없다.' 선수협 이대호 전 회장, 업무상 배임으로 체육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해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이대호가 2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판공비 논란에 관한 해명을 하고 있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으로 취임한 뒤 자신의 판공비를 2배 인상하고, 개인계좌로 받아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e-mail] /2020. 12. 02/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판공비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대호 회장이 고발당했다.

체육시민단체인 '사람과 운동'은 7일 "이대호 선수협 전 회장과 김태현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10개구단 선수 이사들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사람과 운동'측은 "선수협의 정관에는 임원에 대해 무보수 원칙을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판공비 지급에 관한 근거 규정도 없다"면서 "이 전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관행이라고 했는데 이는 최대 징역 10년까지 가능한 중범죄인 '업무상 배임죄'를 선수협이 일상적으로 저질러 왔다는 것을 전국민 앞에서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사람과 운동'측은 이 전 회장과 10개구단 선수 이사를 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김 전 총장도 업무상 배임죄 및 업무상 횡령죄로 고발한다.

이 전 회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하는 근거는 선수협 정관 제18조 제1항이다. '임원의 보수는 무보수를 원칙으로 하되, 이사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임원이 본회와 관련된 업무를 위해 사용한 비용에 대해서 실비보상을 할 수 있으며,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선수협이 임원에 대해 판공비나 보수 지급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정관에 나오는 '실비보상'은 과거에 지출한 비용을 추후에 정산, 보전해주는 것이고, '판공비'는 이른바 업무추진비로 장래에 지출할 비용을 미리 정기적으로 지급해주는 것으로 개념상 엄격하게 구별된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협 이사회는 회장에게 연 6000만원의 판공비를 지급하기로 했고, 이는 실제로 집행돼 왔다. '사람과 운동'측은 이 전 회장이 선수협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판공비를 받았다고 해도 이 전회장의 업무상 배임죄의 죄를 면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위법한 예산지출에 관하여 의결하여 이에 따라 예산을 집행한 경우라 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의결한 선수협 이사들에게도 이 전회장과 동일한 법리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했다.

김 전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죄에 업무상 횡령죄도 성립된다고 했다. 이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사용한 비용에 대해선 추후 실비보상하기로 돼 있지만 김 전 사무총장도 판공비를 받아왔기 때문. 여기에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 밝혀질 경우 업무상 횡령죄까지 추가되다고 했다.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대호 전 회장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협회에서는 판공비를 회장 및 이사진의 보수 및 급여로 분류해 세금 공제 후 지급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된다면 조속히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행으로 가볍게 여겼던 일들이 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대호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권인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