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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인터뷰]'다둥이 아빠' 한화 반즈 "5주전 태어난 막내딸, 드디어 만난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1-02 09:07 | 최종수정 2020-11-02 09:32


출국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한 반즈. 김영록 기자

[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년에도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싶다.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구단에 확실하게 전달했다."

브랜든 반즈가 우여곡절 가득한 2020시즌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홈팬들에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승리를 선물한지 24시간도 채 되기 전의 일이다.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반즈와 만났다. 반즈로선 지난 7월 2일 한국에 들어온지 약 4개월만의 출국이다.

지친 몸짓에는 시즌을 마친 피로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반즈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한국에서 뛰는 사이 태어난 셋째 딸과의 첫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아빠 빨리 와'라는 아이들의 말에 준비를 서둘렀다. 나도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다. 특히 막내를 빨리 안아보고 싶다."

올해 34세인 반즈는 올해로 결혼 12년차, 딸만 셋을 둔 아빠다. 그는 "아내가 나보다 한 살 연상인데, 19살에 약혼하고 23살에 결혼했다. 큰 애는 9살, 둘째는 6살이다. 막내는 5주 전에 태어났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반즈의 아내와 세 아이. 사진=반즈 SNS
예년 같으면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가족들이 한국에서 함께 지내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집 밖을 나오기도 조심스러운 올해는 꿈꿀 수 없는 사치다. 반즈는 "한국에서 야구를 하게 된 것은 너무 좋았지만, 아이들을 못 보는게 너무 힘들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반즈를 처음 본 사람은 온몸을 뒤덮은 문신(타투)에 움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즈는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다. 오른팔과 왼쪽 다리의 문신은 내 신앙심의 표현이다. 손등의 'S'에는 아내(Shawn)를 향한 사랑이 담겼다. 배에는 아이들과 가족에 대한 문신이 있다"며 웃었다.


결혼 12년차 반즈 부부(위), 반즈의 손에 그려진 아내의 이니셜 타투(아래). 사진=반즈 SNS, 김영록 기자

반즈는 시즌초 방출된 제라드 호잉을 대신할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한화에 합류했다. 7월 18일 KBO리그 데뷔전을 시작으로 총 74경기에 출전, 타율 2할6푼5리 9홈런 4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69를 기록했다. 아쉬운 면이 없진 않지만, 한화 타선을 이끌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반즈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스포츠투아이 기준)는 1.85. 주전 포수 최재훈(1.98)에 이어 팀내 2위였다. WAR은 누적 기록이다. 시즌 중간에 합류하고도 팀내 최고 수준의 기록을 냈다. 팀내 투수 1~2위 김민우(1.81)와 강재민(1.63), 165이닝을 책임진 에이스 워윅 서폴드(1.31)보다도 높았다.

시즌 도중 합류한 대체 외인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올해는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은데다, 입국 직후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치는 만큼 예년보다 대체 선수들의 부담이 한층 컸다. 메이저리거 애디슨 러셀(키움 히어로즈), 거포 다니엘 팔카(삼성 라이온즈)도 고전을 면치 못한 올해, 반즈는 한화의 구멍 뚫린 타선에서 우산 역할을 해줄 선수 하나 없이 중심타선 역할을 맡았다.


한화 반즈.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7~8월 부진을 겪었지만, 9월말부터 본격적으로 활력을 찾았다. 달아오른 방망이는 10월 들어 타율 3할4푼4리 3홈런 14타점 OPS 0.936로 대폭발, 한화의 반등을 이끌었다. 한화가 시즌 말미 NC 다이노스, LG 트윈스, KT 위즈 등 상위팀들에 잇따라 고춧가루를 뿌리고, 단일 시즌 최다패(97패) 위기를 탈출하는데는 반즈의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더그아웃을 달구는 쇼맨십과 열정적인 플레이 외에 중견수와 우익수, 1루수를 두루 소화하는 안정된 수비력도 돋보였다. 특히 주자를 흔드는 속임 동작이나 발이 떨어진 순간 재빨리 태그하는 등 영리하고 집중력 있는 모습은 한화의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자부한다. 처음 왔을 땐 고전했지만, 매 경기 비디오를 꼬박꼬박 챙겨보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상대 투수들이 어떤 공을 많이 던지는지, 그들이 생각하는 내 약점이 뭔지 열심히 공부했다. 덕분에 10월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9월 23일 두산 전에서 친 만루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홈런 이후로 타격감이 확 올라왔다. 수비는 어느 포지션에서 뛰더라도 자신있었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신경쓴다."


반즈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쌍따봉' 포효.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자신이 뛰지 않을 때는 서폴드와 더불어 한화의 활기찬 더그아웃을 주도했다. 반즈는 "내가 어릴 때 더그아웃은 조용했다. '내가 베테랑이 되면 재미있게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지'라고 결심했고, 실천해왔다. 올해 우리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그들이 좀더 편하게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웃었다. 팀에서 가장 흥이 많은 국내 선수로는 최재훈, 기대되는 신예 타자로는 노시환과 임종찬을 꼽았다.

반즈는 내년에도 한화에서 뛸 수 있을까. 그는 "구체적으로 팀과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 "내년에도 대전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은 구단에 확실하게 전달했다"며 간절한 속내를 드러냈다.

20분 가량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반즈와 주먹 인사를 나눴다. 반즈는 활짝 웃으며 큰 소리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See you next year!"


인천공항=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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