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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데뷔 첫 두자리 수 승수를 향한 집념. 120구 혼신의 역투로 고스란히 표현됐다.
7회까지 투구수 100개. 1-1의 균형이 좀처럼 깨지지 않자 8회에도 자청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 최채흥은 이날 등록된 대주자 채현우의 빠른 발이 신경쓰였다. 주자를 신경 쓰다 톱타자 박성한에게 9구까지 가는 긴 승부를 펼쳐야 했다.
8회말 곧바로 김동엽의 결승 솔로포가 터졌다. 딱 한 타자를 처리하지 못해 10승이 날아간 셈.
"솔직히 아쉽죠. 그래도 아직 기회가 2경기 정도 남았으니까요. 피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더 이상 10승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요. 1루 주자가 빠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박성한 선수에게 제구가 잘 안됐습니다. 타자에 좀 더 집중할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또 하나를 배운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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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곱씹으며 덕아웃으로 향하던 최채흥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스크를 쓴 채 최채흥의 공 하나 하나를 응원하던 3루측 삼성 관중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마치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진심 어린 기립박수를 보냈다. 120구, 1실점 역투에도 빈 손으로 내려가는 투수를 향한 찬사. 뭉클한 장면이었다.
경험해 보지 못한 황홀함 속에서 최채흥은 잠시 아쉬움을 잊을 수 있었다. 10승 이상의 충만한 에너지를 품은 채 덕아웃으로 향했다.
"계속 이런 박수 받으면서 내려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쉬웠지만 관중석 팬 여러분의 박수를 받고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
아쉬움 속에 또 한 뼘 성장한 최채흥.
"좌완 에이스가 되려면 멀었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는 어느덧 그 위치에 성큼 가까워져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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