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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케치]글러브 대신 배트 잡은 롯데 송승준, 느닷없이 '타격쇼' 펼친 이유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10-08 05:02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일 부산 사직구장.

여전히 한낮 햇살이 뜨거운 가운데 KT 위즈전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이 1루쪽 더그아웃에서 하나 둘씩 걸어 나왔다. 각자 정해진 루틴대로 훈련 준비를 하는 가운데 멋지게 다듬은 머리와 턱수염을 기른 익숙한 모습의 한 선수가 배트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타격 케이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호쾌하게 배트를 흔들던 이 선수는 곧 배팅볼 투수가 던져주는 공에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좀처럼 뻗어가지 않는 타구를 바라보던 그는 이윽고 왼쪽 타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다시 '부웅~' 방망이를 돌렸다. 사방팔방으로 가는 타구를 바라보는 롯데 선수들은 즐거운 듯 이 장면을 바라봤다.

주인공은 롯데 선수 최고참인 송승준(40)이었다. 송승준은 마운드의 대들보 역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로 꼽힌다. 구수한 입담과 재치로 선수들을 배꼽잡게 만드는 모습도 부지기수. '원클럽맨'으로 최고참의 지위까지 오른 그지만, 무게나 권위를 담백하게 뺀 모습에 후배들의 사랑은 클 수밖에 없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 그가 느닷없이 배트를 잡은 것은 최근 5연승을 달리며 고무된 선수단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송승준 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롯데 벤치의 풍경은 최근 수 년과 확연히 달라졌다. 이대호 손아섭 등 베테랑 선수들이 후배들을 북돋우는 파이팅 뿐만 아니라 '익살꾼'을 자처한다. 정해진 루틴에 맞춘 준비를 강조할 뿐,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허문회 감독의 리더십이 만든 풍경이라는 평이 대다수다.

허 감독은 "송승준이 아마추어 때 '나도 4번 쳐봤다'고 그러더라"고 웃은 뒤 "스스로 루틴에 맞춰 준비를 하고 실전에서 제대로 한다면 문제 없다. 웃고 즐기는 건 좋은 것"이라며 "선수들이 4시간 넘는 시간을 모두 집중하기는 어렵다. 편안해야 할 때는 편안하게, 집중할 땐 하면서 풀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팀 선수들도 이기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며 "이 팀의 감독을 맡게 돼 잊지 못할 추억을 얻었다. 반평생 살아왔지만, 2020시즌은 내게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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