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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성장에는 고통이 따른다. 기다림의 시간이 있어야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프로필 상 1m63으로 '김지찬 보다 조금 큰' 외야수. 허삼영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 지 궁금하다. 재치 있는 플레이 할 수 있는 선수인 만큼 기회를 줘야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우려도 있었다. 저녁 무렵 타구 판단이 힘들어지는 잠실 외야 수비에 대한 생소함이다.
깊어가는 가을 속 잠실구장은 경기 시작 후 이내 어두워졌다. 어스름으로 인한 시야 방해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었다.
사고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평균 이상이지만 엄청 빠르지는 않은 발. 수비가 아닌 주루에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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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선발 최원준의 완벽투에 꽁꽁 묶여 있던 삼성이 0-0이던 3회초 황금 찬스를 잡았다.
선두 강한울이 이날 팀 내 첫 안타인 2루타로 출루했다. 1사 3루.
선제 득점 찬스에서 김성윤이 첫 타석에 섰다. 지난 19일 1군 복귀 후 세번째 타석.
두산 내야진이 전진수비로 경험 없는 신인급 타자를 압박했다. 하지만 김성윤은 차분했다. 까다로운 공을 잇달아 골라냈다. 풀카운트 승부 끝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1사 1,3루. 박해민 타석에서 김성윤은 리드 폭을 깊게 가져가며 호시탐탐 2루를 노렸다. 이를 눈치 챈 최원준이 초구 헛스윙 이후 견제구 3개를 잇달아 던졌다. 간발의 차로 세이프. 2구째를 던진 최원준은 셋 포지션이 아닌 기습적인 빠른 견제로 기어이 1루 주자 김성윤을 잡아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귀루하다 비명횡사 한 김성윤은 아웃 콜을 듣지 못했다. 마치 살아있는 주자 처럼 계속 1루에 서있었다. 덕아웃의 비디오 판독 요청도 없었다. 의아해진 1루심이 이미 죽은 김성윤에게 다가갔다. 아웃임을 재차 알려줬다. 당황한 김성윤은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덕아웃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강명구 1루 코치 옆에 슬그머니 섰다.
마치 비디오 판독을 기다리는 1루 주자 같았다. 하지만 삼성 벤치에서는 그 어떤 사인도 나오지 않았다. 뻘쭘해진 김성윤은 그제서야 내야를 가로질러 3루 측 덕아웃으로 향했다. 결국 삼성은 선취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자책감으로 얼룩졌을 순간.
1178일 만에 선발 출전한 신인급 타자의 잊을 수 없었던 좌충우돌 잠실견문록. 팬들로선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유망주 미래의 성장에 쓴 약과 같은 시간이 됐다.
김성윤은 곧바로 다음 타석인 5회 2사 1루에서 초구에 기습 드래그 번트 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만들며 최원준에게 깨알 복수를 했다.
허삼영 감독이 말한 바로 그 '투쟁심이 있는 선수', 김성윤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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