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리포트]허문회 감독 "쓰레기를 잘 줍자"를 진짜 실천하는 SK 오준혁의 간절함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0-09-09 07:34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1사 SK 오준혁이 솔로포를 치고 들어오며 축하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7.29/

[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8일 "선수들에게 장난삼아 '쓰레기를 잘 줍자'고 말한다"라는 발언이 화제다.

허 감독은 잘맞힌 타구가 정면으로 가서 잡히기도 하고, 빗맞힌 타구가 야수가 없는 곳으로 가서 안타가 되는, 야구에서 운이 승패에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하면서 '좋은 일을 하면 복이 온다'는 속설을 말했다. 진짜 장난삼아 하는 말인데 선수들에겐 자칫 어이없는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주위 쓰레기를 열심히 줍는다는 선수가 있다. 바로 SK 와이번스의 오준혁이다. 오준혁은 최근 SK 와이번스가 제작한 W라디오에 출연해 "평소에 좋은 일을 하면 경기도 잘 풀릴 것 같아서 집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침도 잘 안뱉으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나쁜 짓을 안하고 선행을 하면 자신이 야구를 할 때 운이 따라주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그의 야구 인생을 보면 그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한다. 오준혁은 2011년에 프로에 입문한 10년차 선수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8라운드 64순위로 입단한 오준혁은 타격 자질을 인정받았지만 야구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다. 2015년 트레이드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오준혁은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18년엔 KT 위즈로 옮겼다. 또 지난해 트레이드로 SK로 왔다.

올시즌이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거두고 있다. 5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1리(126타수 34안타)에 3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가끔 결정적인 안타로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면서 타격 재능을 조금씩 펼치고 있다. 정의윤이 1군에 올라오면서 8월 24일 2군에 내려간 오준혁은 다시 콜업을 기다리며 2군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다.

주전들에겐 당연하게 나가는 경기이고 타석이겠지만 비주전인 선수들에겐 한번의 기회가 소중하다. 그리고 그 기회를 살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쓰레기를 줍는 오준혁의 마음은 간절하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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