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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터뷰]'웃음 만발' 롯데 이대호 "좋은 기운으로 가고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8-12 05:30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인터뷰 내내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는 '미소'다. 더그아웃에서 끊임없이 동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고, 스스럼 없이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이대호를 비롯해 전준우 손아섭 등 베테랑 선수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주면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올 시즌 강조한 '루틴 정립'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덕"이라며 흡족함과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상승세인 팀 성적과 무관치 않은 모습. 롯데는 2017년 짧은 가을야구를 치른 뒤 지독한 후유증을 겪었다. 2018년 5강 경쟁에서 한끗 차이로 밀려났고, 지난해엔 꼴찌까지 추락했다. 팀의 간판 타자인 이대호가 마음놓고 웃을래야 웃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공인구 반발력 조정 시즌이었던 지난해엔 개인 성적까지 하락세로 돌아섰고, 급기야 시즌 막판 부상이 겹치면서 1군 말소된 경험도 아픈 추억이다. 하지만 허 감독 체제로 전환한 올 시즌 꾸준히 중위권 싸움을 펼치면서 반등한 팀 성적은 이대호가 중압감에서 벗어나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우리가 안될 거 같다는 생각 해본 적이 없다. 올해 쉽게 진 적이 별로 없었다. 역전도 하고 뒤집히기도 했지만, 대등하게 경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하다 보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는 흐름이 있기 마련이다. 이기고 있을 땐 계속 이길 것 같고, 질 때는 어떻게 해도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20년 넘게 야구를 하고 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우리가 좋은 기운으로 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두고도 "워낙 장난을 많이 치기도 하고, 감독님이 어두운 분위기를 싫어하신다. 긴장하면서도 재미있게 하려 한다. 그래서 올 시즌 연패가 길지 않았던 것 같다"며 "분위기 메이커라면 나 뿐만 아니라 허 일, 정 훈이 있는데 그 중엔 (허)일이가 가장 화이팅을 많이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선 두 시즌 간 지명 타자 출전 비율이 높았던 이대호는 올 시즌 1루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7월 한때 그가 담증세를 보였을 때 허 감독이 미안함을 드러낼 정도. 이에 대해 이대호는 "그때 이후로 수비 출전이 많이 줄었다"고 껄껄 웃은 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담도 오고, 허리 통증도 온다. 하지만 참고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 경기에 나서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감독님은 쉬라고 하시는데, 정작 나는 앉아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수비 출전을 두고도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계속 출전하고 있다"며 "(1루수 플래툰을 펼치는) (정)훈이가 고생이 많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출전하고 있다. 선배로서 고마운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한때 인터뷰를 통해 '언제까지 이대호의 롯데여선 안된다.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선수들이 이끄는 팀이 아닌, 주전-백업 가리지 않고 활약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었다. 올 시즌 롯데가 큰 변수 없이 순항하면서 이런 이대호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대호는 "지금은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 안치홍 등 힘을 나눠줄 수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언제까지 팀에 있을 순 없다. 밑에 있는 선수들이 빨리 치고 올라와야 강팀이 된다. 투수-야수 모두 마찬가지"라며 "한 두 명의 활약 만으로 성적을 내긴 어렵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팀이 강해진다. 예전엔 '롯데는 세 명이 안치면 못 이긴다'는 말도 들었지만, 요즘엔 돌아가면서 (안타-홈런을) 친다. 그런 모습이 상승효과를 내고, 팀을 강하게 만든다. 나 역시 부담을 덜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승부처 8월'의 무패(5승1무)를 계기로 롯데 안팎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KBO가 최근 시작한 언택트 올스타 투표에서 롯데 선수들이 드림올스타 전부문을 석권하는 등 팬들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대호는 "감사한 부분이다. 롯데 팬들이 워낙 열정적이지 않나.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성적을 내면 분명히 알아주시는 분들"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도 뜨거운 응원을 해주시는 부분에 항상 감사하다. 우리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것은 팬들이다. 나 역시 팬들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올 시즌 열심히 준비했고, 새 감독님이 정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려 했다"며 "팬들을 위해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고 활약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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