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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인터뷰]"1이닝 9점 처음 본다" '괴물' 강백호도 놀란 한화 맹추격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5-20 08:46 | 최종수정 2020-05-20 09:00


2020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4회말 무사 1루 KT 강백호가 투런포를 치고 들어오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5.19/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경기 전에 역전 명승부 영상을 봤다. (한화의 맹추격에)식겁했다. 그거 괜히 봤다고 후회했다."

KT 위즈 강백호는 실력만큼이나 여유와 배포가 넘치는 선수다. 징크스에도 무심한 편이다. 하지만 12점차였던 리드가 3점으로 줄어든 순간, 강백호는 머릿속에 얼씬거리던 역전의 그림자를 애써 밀어냈다.

강백호는 지난 17일부터 부상으로 빠진 유한준을 대신해 KT의 4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2018년 데뷔 첫해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2019년에는 타율 3할3푼6리를 기록하며 정교함을 더했다. 왼손 투수(3할8푼5리), 오른손 투수(3할6푼1리)를 가리지 않는다. 개막 12경기 연속안타와 더불어 홈런 5개로 이 부문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장타율도 8할3푼7리에 달한다.

19일 한화 이글스 전에서도 강백호의 배트는 매서웠다.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날 KT는 13대1로 앞서던 경기를 2점차까지 추격당한 끝에 진땀승을 거뒀다. 자칫 'KBO리그 명승부' 속 비운의 주인공으로 박제될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탈출한 셈.

강백호는 "1이닝 9실점은 아마추어 시절 포함해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바짝 추격당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경기 전에 유튜브로 '역전 명승부'를 봤다고 고백하며 "괜히 보고 왔나?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강백호는 "이겼으니 만족한다. 결과가 중요하다"며 소년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강백호는 올시즌 파워 면에서도 한층 더 성장했다. 이날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타격 순간 배트가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을 담장 앞 워닝 트랙까지 날려보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지난 겨울 트레이닝코치와의 면담을 통해 군살을 빼고 근육량을 보강한 덕분이다.


2020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1회말 무사 1루 KT 강백호가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5.19/
지난해 KBO리그에는 공인구 반발력 저하로 인해 리그 전반적인 장타력 감소의 바람이 몰아쳤다. 반면 올시즌에는 시즌 초부터 홈런이 증가 추세다. 이날 경기에 앞서 만난 이강철 KT 감독도 "생갭다 볼이 잘 날아간다는 느낌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덧 'KBO 대표 타자'로 자리잡은 강백호의 생각은 어떨까. 강백호는 "타자들의 노력이 눈에 띈다. 예전보다 포인트를 앞으로 당긴 선수들이 정말 많다"며 "개막이 늦어지면서 따뜻한 날씨에서 뛸 수 있는 것도 타자들에겐 도움이 된다. 날이 더우면 타자들이 좀더 유리한 것 같다"는 속내를 전했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 문앞에서 좌절한 KT의 경험은 강백호에겐 깊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백호는 그 원인을 65타점에 그친 자기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는 "클러치 능력과 장타력을 늘리려고 노력했다. 사실 부담감이 심했다. 나 자신을 자책한 적도 많다"며 "요즘 우리 타선이 정말 강해졌다. 덕분에 부담이 줄었다"며 웃었다.


여전히 성장중인 강백호에 대해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올해 MLB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1라운드에 뽑힐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에 대해 강백호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다.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얘기"라면서도 "해외 반응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 (홈런왕 등)개인 타이틀 욕심도 없다. 올해는 5강 진출을 반드시 이루고 싶다"고 거듭 다짐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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