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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KIA 중견수 구도 다시 바뀌나? 운명은 '어중김(어차피 중견수는 김호령)' 이었을까?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20-04-12 11:03


김호령.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구단 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 선임을 통해 알에서 깨어나오고 있는 KIA 타이거즈의 중견수 구도가 다시 바뀌는 것일까.

사실 2020시즌 선발 중견수는 이창진(29)이 무난하게 차지할 전망이었다. 2019시즌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해 새로 영입된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가 기량 부진으로 개막 이후 한 달 만에 퇴출되자 내야수 출신 이창진이 생애 첫 중견수로 변신해 경기를 뛰었다. 헌데 자신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펄펄 날았다. 133경기를 소화하면서 타율 2할7푼 108안타 6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수비도 발군이었다. 지난해 신인왕 후보로 선정되기도 한 이창진은 그야말로 구름 위를 걸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창진의 내야수 복귀설이 돌기도 했다. 이창진은 미국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내야용과 외야용 글러브를 모두 챙겼다"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는 철저함을 보이기도.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은 이창진의 지난 시즌 경험을 높이 샀다. 캠프 초반 중견수 1순위에 놓고 경쟁시켰다. 하지만 이창진이 부상이란 변수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캠프 연습경기에 돌입하기 직전 고질적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조기귀국하고 말았다.


이창진(왼쪽)과 최원준.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중견수는 '무주공산'이 됐다. 그러자 최원준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김호령이 지난해 경찰청에서 제대한 뒤 부상으로 재활군에 머물다 캠프까지 제외된 상태여서 '유틸리티 플레이어' 최원준은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최원준도 사실상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2016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으로 보였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타격에서의 부진이 정신력까지 흔들면서 수비에까지 영향을 받았다. 결국 "144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싶다"던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캠프에서부터 부활하는 듯했다. 12경기에 출전, 타율 3할9푼3리(28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2루타를 5개나 생산해내기도. 최원준은 "공을 칠 때 너무 많은 생각을 버리고 단순하게 접근한 것이 잘 맞고 있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최원준은 자체 홍백전에서도 선발 중견수로 이름을 올리며 컨디션을 유지해갔다. 지난 7일 자체 연습경기에선 박찬호 대신 리드오프(1번 타자)로 선발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캠프에서 보여줬던 불꽃 타격감은 뚝 떨어졌다.

그 틈새를 김호령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미 수비는 커버 범위와 예측력이 메이저리그급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타격만 손보면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2016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장타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오히려 장타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호령은 지난 7일 진행된 홍백전에서 최원준을 밀어내고 1군 리드오프로 기용됐다. "타구를 읽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한 윌리엄스 감독에게 일단 수비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것. 이번에는 타격으로도 윌리엄스 감독의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김호령은 두 번째 타석에서 에이스 양현종의 주무기 체인지업을 공략해 투런 홈런을 날리더니 다음 타석에선 고영창을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냈다. 윌리엄스 감독에게 또 한 명의 1번 타자 카드가 생긴 셈.

이창진이 재활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고, 최원준도 타격감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뒤늦게 주전경쟁에 뛰어든 김호령이 최근 전세를 역전한 모양새다. 운명은 '어중김(어차피 중견수는 김호령)'이었을까. 치열한 경쟁 속에 중견수 스쿼드는 탄탄해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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