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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FA 손승락-고효준의 엇갈린 결말, 훗날 어떻게 회자될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3-10 22:14 | 최종수정 2020-03-11 13:27


◇손승락(왼쪽), 고효준.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두 명의 FA 투수가 걸어간 길은 정반대였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를 신청한 손승락(38)과 고효준(37)의 희비가 교차했다. 올 초까지 협상 접점을 찾지 못했던 두 선수 중 손승락은 은퇴를 선언했고, 'FA 미아'까지 거론됐던 고효준은 끝내 롯데와 계약에 합의하며 극적으로 현역 연장에 성공했다.

스토브리그 초반 전방은 손승락 쪽이 좀 더 유리해 보였다. 2016년 롯데 입단 후 '수호신' 역할을 해왔던 손승락은 지난해 후반기 살아나면서 새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고효준은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를 지탱한 유일한 버팀목 노릇을 했으나, 직전 시즌인 2018년(32⅓이닝, 2승3패7홀드, 평균자책점 6.96)보다 30이닝이 늘어난 62⅓이닝(2승7패15홀드, 평균자책점 4.76)을 던진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롯데가 손승락과 지속적으로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반면, 고효준에겐 협상 마감 시한을 정한 부분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손승락은 미련없이 은퇴를 결정했다. 한창 FA협상 중이던 선수가 은퇴를 선언한 것은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 10년 연속 10세이브 달성에 실패했으나 KBO리그 최다 세이브 2위(271세이브) 기록 및 연장에 애착을 드러냈던 그였기에 전격적인 은퇴 결정은 의외라는 평가했다.

오히려 협상 테이블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였던 고효준의 현역 연장 의지가 좀 더 강했다. 고효준은 롯데가 제시한 기한 내에 답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이후에도 꾸준히 롯데 측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 시즌 활약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롯데가 손승락보다는 고효준 쪽에 좀 더 눈길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고효준이 배제된 롯데 마운드의 좌완 불펜 자원은 정태승, 김유영 뿐이다. 우완 선발, 불펜 자원은 풍부하지만 다양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꾸준히 경험을 쌓아오며 실적을 쌓았던 고효준과 달리, 정태승과 김유영의 활약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 역시 불안요소였다. 좌완 고효준이 우완 손승락에 비해 현실적인 가치에서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 때문에 고효준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롯데와 얼마든지 접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롯데는 최초 제안보다 삭감된 안인 연봉 1억원 외에 2000만원의 옵션을 추가하면서 고효준의 동기부여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

고효준은 다시 주어진 1년의 시간 동안 경기력을 입증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 누적 이닝, 스프링캠프 패싱 등의 우려를 걷어내기 위해선 다가올 국내 훈련에서 지난해 못지 않은 구위를 증명해야 한다. 이에 대해 고효준은 "지금도 캐치볼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할 만큼, 비시즌 몸을 잘 만들어 왔다"며 "팬 여러분이 어떠한 모습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고효준은 곧 롯데 2군 선수단이 훈련 중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시즌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브리그 기간 주목 받았던 롯데의 내부 FA 계약은 끝을 맺었다. 두 투수의 엇갈린 행보를 두고 훗날 야구계와 팬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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