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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몸 상태 완전 좋던데요."
인간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야구 잘하는 구자욱 역시 단 한번도 없었던 당황스러운 사태에 일말의 불안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큰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 비 활동 기간을 워낙 충실하게 보낸 덕분이다.
구자욱은 올겨울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단단하다.
신인왕을 받은 2015년 부터 2018년까지 구자욱은 최고의 타자였다. 4년 연속 3할을 훌쩍 넘는 고타율에 두자리 수 홈런. 파워가 늘며 2017년 부터는 2년 연속 20홈런도 돌파했다. 2016년 부터 3년 연속 세 자리 수 득점과 매 시즌 두자리 수 도루를 기록하는 등 5툴 플레이어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타격폼에 혼란이 오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2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커리어 로우 시즌이었다.
몸이 좋아지니 자신감도 최고다. 정창용 대표는 "자욱이는 정교했던 과거의 폼으로 돌아갔다. 홈런을 치려고 하기 보다 안타를 치려다보면 자연스럽게 홈런이 나온다는 이승엽 선배의 조언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삼성 허삼영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은 "자율성"이다. 허 감독은 "캠프에 선수가 많다. 코치들이 매 순간 다 봐줄 수는 없다. 개별 운동은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자욱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허 감독이 강조하는 '자율 훈련'을 누구 못지 않게 잘 소화하고 있는 선수인 셈이다.
2008년 겨울, 두산 홍성흔은 포수 포기 문제를 두고 코칭스태프 결정에 반발하며 캠프에 불참했다. 겨우내 배재고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5월 팀에 복귀한 홍성흔은 그해 타율 3할3푼1리로 타격 2위에 오르며 이듬해 FA 신분으로 롯데 이적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수 생명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절박함 속에 더 많이 집중해 개인 훈련 밀도를 높였던 전화위복의 결과였다.
적어도 타격 만큼은 반드시 해외 캠프에 참가해야 100% 성과가 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충분한 타격 재능이 있는 선수라면 '어디에 있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 하는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지금 현재 좋은 일이 훗날 꼭 좋은 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지금 삐걱거림이 훗날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건 또 아니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다.
연봉협상 장기화 속에 비록 잃어버린 시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불안감 보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자욱은 이를 상쇄시킬 만한 충분한 재능이 있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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