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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피플]'캠프 불참' 구자욱, "몸 상태 최고"...2008년 홍성흔 될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2-06 18:01


구자욱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 참가가 늦어지고 있지만 개인훈련을 충실히 하며 올 시즌을 차질 없이 준비중이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몸 상태 완전 좋던데요."

경산볼파크에서 훈련중인 구자욱에 대한 삼성 관계자들의 이구동성.

구자욱(27)은 최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마음을 맞추지 못하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누락됐다.

인간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야구 잘하는 구자욱 역시 단 한번도 없었던 당황스러운 사태에 일말의 불안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큰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 비 활동 기간을 워낙 충실하게 보낸 덕분이다.

구자욱은 지난달 6일부터 2주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강도 높은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두산에서 한화로 이적한 상무 시절 선배 정진호(32)와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간판타자 긴지(32)를 포함, 4명의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시즌 타격폼 혼란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구자욱은 같은 왼손 강타자 긴지와 함께 훈련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구자욱은 올겨울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단단하다.

신인왕을 받은 2015년 부터 2018년까지 구자욱은 최고의 타자였다. 4년 연속 3할을 훌쩍 넘는 고타율에 두자리 수 홈런. 파워가 늘며 2017년 부터는 2년 연속 20홈런도 돌파했다. 2016년 부터 3년 연속 세 자리 수 득점과 매 시즌 두자리 수 도루를 기록하는 등 5툴 플레이어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타격폼에 혼란이 오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2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커리어 로우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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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그만큼 올 시즌을 준비하는 자세가 달랐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에도 눈에 불을 켜고 훈련에 매진했다. 일본 내 폭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긴지와의 훈련 기회를 마련한 팀 퓨처스 정창용 대표는 "구자욱을 천재형 타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노력도 정말 많이 하는 선수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꼬박 정말 열심히 훈련을 소화했다"며 "트레이너의 도움 속에 지난해 썩 좋지 않았던 허리와 어깨 등 부상방지 프로그램에 따라 몸 상태도 최고로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몸이 좋아지니 자신감도 최고다. 정창용 대표는 "자욱이는 정교했던 과거의 폼으로 돌아갔다. 홈런을 치려고 하기 보다 안타를 치려다보면 자연스럽게 홈런이 나온다는 이승엽 선배의 조언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삼성 허삼영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은 "자율성"이다. 허 감독은 "캠프에 선수가 많다. 코치들이 매 순간 다 봐줄 수는 없다. 개별 운동은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자욱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허 감독이 강조하는 '자율 훈련'을 누구 못지 않게 잘 소화하고 있는 선수인 셈이다.

2008년 겨울, 두산 홍성흔은 포수 포기 문제를 두고 코칭스태프 결정에 반발하며 캠프에 불참했다. 겨우내 배재고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5월 팀에 복귀한 홍성흔은 그해 타율 3할3푼1리로 타격 2위에 오르며 이듬해 FA 신분으로 롯데 이적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수 생명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절박함 속에 더 많이 집중해 개인 훈련 밀도를 높였던 전화위복의 결과였다.

적어도 타격 만큼은 반드시 해외 캠프에 참가해야 100% 성과가 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충분한 타격 재능이 있는 선수라면 '어디에 있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 하는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지금 현재 좋은 일이 훗날 꼭 좋은 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지금 삐걱거림이 훗날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건 또 아니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다.

연봉협상 장기화 속에 비록 잃어버린 시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불안감 보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자욱은 이를 상쇄시킬 만한 충분한 재능이 있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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