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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희대의 사인 훔치기로 구단 수뇌부가 해고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휴스턴 구단은 사무국의 징계보다 무거운 '해고'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휴스턴 짐 크레인 구단주는 이날 사무국 발표 직후 "루나우 단장과 힌치 감독을 해고한다"면서 "두 사람은 이번 사건을 시작하지도, 직접 가담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완전무결한 분위기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단주가 직접 언론 앞에 설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크레인 구단주는 "그렇다고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이 얼룩졌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휴스턴은 곧 새 단장과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건에는 카를로스 벨트란(현 뉴욕 메츠 감독) 등 많은 선수들이 연루됐지만, 사무국 징계 내용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에 대해 "그들은 사인을 훔쳐 더그아웃에 전하면서 누군가 휴지통을 두드리는 수법으로 타자에게 전달했다"면서 "선수를 징계할 수도 있지만, 많은 선수들이 연관돼 있고 그들 대부분이 다른 팀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무국은 크레인 구단주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고 조치가 내려진 루나우 단장은 "사인 훔치기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난 사기꾼은 아니다"고 항변한 뒤 "부정한 일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선수단 수뇌부에서 기획된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한 것이다. 벤치 코치와 현장 직원들이 함께 꾸민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힌치 감독은 "내가 그걸 승인하거나 가담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많다. 하지만 그만 하도록 그들을 멈추지 못했다. 내 잘못이며 매우 유감스럽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가 지난해 11월 자신이 휴스턴에서 뛰던 시절 사인 훔치기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커미셔너사무국은 관련 선수들과 프런트 직원, 스태프 등 60여명과 문자 메시지 등 7만건 이상의 이메일을 면밀히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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