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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긴 한데... 왜 우린 사바시아와 같은 장면을 만들 수 없을까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9-07-11 08:43


뉴욕 양키스의 CC 사바시아가 9회초 2사후 마운드에 올라 동료들과 인사를 한 뒤 웃으며 덕아웃으로 내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BO리그 선수나 팬들이 메이저리그를 보면서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는 베테랑에 대한 예우다.

10일(한국시각)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서 이례적인 장면이 있었다. 아메리칸리그가 4-3으로 앞선 9회초 수비때다. 2아웃이 돼 승리에 아웃카운트 1개만 남긴 상황에서뉴욕 양키스의 CC 사바시아(39)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그런데 그는 코치가 아니라 현역 선수다. 감독이나 코치가 아니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올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기로 한 사바시아는 이번 올스타전서 '명예 올스타'로 자리해 경기전 시구를 했었다. 그것으로 그의 역할이 끝난 줄 알았지만 아메리칸리그팀의 알렉스 코라(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은 9회초 2사가 되자 사바시아를 그라운드에 올렸다. 주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 코치가 올라갈 상황도 아니었지만 사바시아와 올스타전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준 것. 사바시아는 동료들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모든 관중은 일어나 사바시아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올해를 끝으로 떠나는 노장에게 보내는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고마움의 박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선 베테랑에 대한 예우 문화가 자리잡혀있다. 최고 마무리로 군림했던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가 마지막 은퇴시즌 올스타전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모든 야구팬을 전율케했었다. 메이저리그는 올해 개막전을 일본 도쿄에서 열었고, 스즈키 이치로는 개막전에서 은퇴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이러한 레전드에 대한 예우 장면을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팬들은 많이 안타까워한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런 이벤트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처럼 자신의 은퇴를 말하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은퇴할지를 모르는데 그를 위한 이벤트를 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즌전에 은퇴를 말한 이를 꼽으라면 2017년 이승엽과 이호준 정도다. 이승엽은 일찌감치 은퇴를 얘기해 올스타전에서도 그를 위한 특별 이벤트가 열렸고, 시즌 중에도 은퇴 투어를 하면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었다.

메이저리그와 같이 선수가 먼저 내려놓는 문화가 아직은 정착되지 못했다. 시즌 전에 은퇴를 발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시즌 중간 혹은 말미에야 은퇴를 발표하는 일이 더러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즌이 끝난 뒤 팀에서 방출이 되고 다른팀으로의 이적에 실패해 '강제'은퇴를 하는 경우다. 13일 은퇴경기를 앞두고 있는 이범호의 경우도 6월에야 은퇴를 결정했었다. 멋진 무대를 만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그래도 KBO가 메이저리그에서 배워야할 것은 있다. 올스타전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연출력이다.

한국의 올스타전에서도 여러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열어 팬들의 웃음과 박수를 만들지만 팬들의 기억에 남을 장면 하나를 만들어 낸 경우는 별로 없었다. 올스타전은 경기 내용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만으로 팬들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KBO로선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KBO리그의 올스타전에선 2014년 박찬호의 은퇴식이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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