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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李下不整冠)'는 말이 있다. 말과 행동을 할 때는 때와 장소를 가려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과연 김 감독의 화는 정당했을까. 일면 이해가 가는 면은 있다. 성적이 곧 결과인 프로의 세계, 사령탑 자리에서 소속팀 선수, 그것도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는 선수의 부상에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정수빈이 사구를 맞기 전인 7회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 점도 김 감독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화를 다스리지 못한 채 상대팀 코치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까지 논란의 소지를 남긴 부분은 과연 사령탑의 무게를 짊어진 이의 행동이었는지 곱씹어 볼 부분이다. 지난해까지 자신과 한솥밥을 먹었던 코치이자 야구 동기, 자신의 뒤를 이어 KBO리그의 구성원이 된 후배 코치, 선수가 상대였다는 점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말의 내용을 떠나 상대팀 감독이자 야구 선배에게 경기 중 직접 어필을 당했다는 것 만으로도 선수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 감독 입장에선 과거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두산 투수들이 상대 선수들에게 사구를 던져 부상했을 때, 그의 반응은 "승부의 세계가 원래 그렇습니다", "남의 선수 신경 왜 써요?"였다. 생각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내 큰 부담을 진 소속팀 투수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는 칭찬할 만하지만, 그 방식은 거칠었다. 상대 입장에선 감정을 충분히 자극할 만한 말들이었다.
공 수석코치는 28일 경기 직후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진 일을 밖까지 이어가고 싶지 않다. 다 지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끼던 선수가 다치면 지도자는 괴롭기 마련이다. 내가 (두산) 감독이었어도 같은 반응이 나왔을 지도 모를 일"이라며 "같은 야구인이다. 내가 참고 넘어갈 수 있으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김 감독이 분노를 앞세우기 보다 품위 있게 대응했다면 그의 어필은 좀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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