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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2번타자 박병호, 히어로즈니까 가능하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03-13 10:19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19 KBO 리그 시범경기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키움 박병호가 좌전안타를 치고 손짓하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3.12/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도대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키움 히어로즈가 박병호를 2번 타자로 기용한다는 소식을 들은 어느 구단 감독이 꺼낸 말이다. 한 시즌 홈런 40~50개를 치는 거포를 테이블세터에 갖다 놓는다는 게 '어떤 이득이 있길래'라는 것이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를 2번 타순에 기용하는 걸 '이벤트'가 아닌 '진짜' 라인업으로 고려하고 있다.

실제 박병호는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2번 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1회말 솔로홈런을 포함해 3타석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강한 2번 타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2번 타자는 전통적으로 톱타자가 출루하면 번트, 히트앤드런 같은 작전을 통해 진루시키거나, 상대 투수를 괴롭히며 출루하는 게 주어진 역할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타를 앞세운 폭발적인 타격으로 득점력을 높이는 타자가 간혹 2번 타순에 배치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이 대표적이다.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도 한때 2번 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 트렌드는 아니다. 팀 상황에 따라 결정될 사항이다.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의 2번 기용에 대해 "병호는 출루율이 대단히 좋고, 홈런도 치기 때문에 2번 타순에서 득점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8,9번 타자들의 출루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히어로즈'이기 때문에 가능한 타순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병호 역시 이날 경기 후 "우리 팀이니까 가능한 타순 변화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처럼 공격적으로 하는 스타일이 히어로즈의 전통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박병호라고 2번을 맡아달라는 감독의 요청을 마냥 편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2012년 주전을 꿰찬 이후 줄곧 4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로서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 감독이 박병호에게 타순 변경을 요청한 것은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다. 설득의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장 감독은 "캠프를 떠나기 전 먼저 병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타순을 바꾸는 것에 대한 필요성, 팀 사정에 관해 얘기가 됐다"면서 "이어 타격코치와 병호를 2번 또는 3번 타순에 넣는 것이 어떨지를 논의했고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 지금 보고 있다"고 했다.

박병호는 "감독님과는 처음엔 3번 타자 위주로 얘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결정권자이고 많은 생각을 하셨을거다"며 "지금 거부감은 없다. 우리는 감독이 원하는 야구를 하는 게 맞고, 2번에서 쳐보니까 재미도 있다"고 했다. 4번이 아닌 테이블세터로 나서는 게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박병호는 계속해서 2번으로 나설까. 그렇지는 않다. 장 감독은 올시즌 매 경기 라인업을 다양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상대팀, 상대투수에 따라 박병호의 타순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장 감독은 "타순이라는 게 시즌 들어가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병호가 다시 4번을 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타순 변화를 좀 많이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2번 타자는 4번 타자보다 타석수가 많다. 한 시즌을 따지면 30~40타석 정도 더 들어간다. 체력적인 문제가 대두된다. 장 감독은 박병호가 지명타자로도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1회에 타석에 들어선다는 점, 타석수가 많아진다는 점이 4번 때와 다르다"며 "난 지명타자로는 성적이 안 좋았다. 감독님이 전경기 출전을 바라면 지명타자로 체력 안배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명타자로 나가도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 지명타자는 수비를 하지 않으니 그 안에서 흐름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병호의 타순 변경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지는 알 수 없으나, 키움의 파격적인 타순을 의아해 한 해당 감독은 "우리는 3,4,5번 찾기도 힘든데"라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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