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리미어 분수령 일본, 수준 차는 왜 좁혀지지 않을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2-22 07:24


요미우리가 사용중인 오키나와 셀룰라(Cellular) 스티디움. 삼성라이온즈 제공

한화-주니치 간 연습경기. 한화 이글스 제공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22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한다.

국내 팀은 물론 일본 팀을 두루 둘러보는 일정이다. 김 감독은 다음 달 1일에 귀국했다가 7일 다시 일본 오사카로 향한다. 일본 팀들의 시범경기와 다음달 9,10일 교세라돔에서 열리는 일본과 멕시코 대표팀 평가전을 관전하며 양 팀을 분석한다.

대표팀 감독의 일본행. 국내 팀 선수들보다는 일본 선수에 대한 데이터 축적의 목적이 크다. 김경문 감독은 "예전에 비해 일본 선수들이 다 바뀌었다. 한국은 캠프 기간 중 다 파악할 수는 없다. 3월에 시범경기도 있고 앞으로 기술위원회 위원장과 코칭스태프와 계속 논의하면 된다. 다만 일본은 딱 정해져 있으니 이번에 간 김에 주력해서 보려고 한다"고 일본 집중의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분석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C조에 속한 한국은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경우 B조 1위가 유력한 일본과 맞붙을 공산이 크다. 그야말로 분수령이다. 한·일전에 대한 국민 정서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김경문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하지만 걱정이다. 한국야구와 일본야구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많이 근접했지만 또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최근 수년간 오키나와 전지 기간 중 국내 프로구단이 일본팀을 이겼다는 소식은 거의 듣기 어렵다. 툭하면 대패다. 물론 대표팀 경기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리그 최고 선수들 간의 격차는 일반적인 수준 차보다는 적다. 하지만 지금 추세로 저변이 위축된다면 대표팀 간 격차도 극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

신기루 처럼 멀어지는 일본야구와의 수준 차. 이유가 뭘까. 현장과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인프라 차이'를 꼽는다. 비교할 수 없는 저변의 차이가 있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층의 차이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은 실업 선수들로 대표팀을 만들어 나올 수 있을 만큼 선수층이 넓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고등학교 팀만 해도 몇십배 차이다. 그 많은 팀들에서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소질 있는 아이들 키워서 구성된 것이 대표팀이다. 고작 몇십개 고교에서 배출한 우리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야구와의 차이, 그 중심에 투수가 있다. 한국과 일본 투수들의 전반적 수준 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더 한국은 갈수록 극심한 타고투저에 몸살을 앓고 있다. 타격기술의 발전속도를 투수들이 따라잡지 못한다. 부랴부랴 공인구 반발력을 조정했지만 타고투저의 흐름이 바뀔지는 미지수다.


삼성-요미우리전. 삼성라이온즈 제공

투수 출신 이용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한·일 투수 간 수준 차를 '기초의 차이'로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일본은 어릴 때부터 물적, 인적으로 야구할 수 있는 인프라환경이 잘 마련돼 있다. 그러다보니 어릴 때부터 기초에 대한 훈련을 잘 받는다. 클럽 야구가 활성화 돼 있어 어린아이들의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공을 사용한다. 즐기면서 기본기를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설명했다. 이용철 위원은 "일본 투수와는 정교함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투수가 좋은 회전의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좋은 투구폼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자신의 근력을 최대한 활용한 익스텐션과 중심이동, 각도 등이 모두 좋은 투구폼에서 나온다. 기본기는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프로에 와서 한방에 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점점 벌어지는 한·일 야구의 수준 차는 결국 기초체력의 차이에서 나온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기본기를 익히고, 즐기는 운동은 언감생심. 프로입단과 진학이란 성적표를 위해 올인한다. 뿌리부터 줄기까지 모두 '한방'만 노리는 로또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가 태극 마크 아래서 마음을 모으는 쪽에는 월등히 강하다. 좋은 선수, 좋은 코치들과 마음을 모으면 충분히 강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김경문 감독의 말이다. 1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단결', '정신력' 같은 요소들에 의존해야 하는 아쉬운 현실이다.

'야구의 위기'는 이미 문 밖에 와있다. 뿌리부터 시들해진 지 오래다. 당장 작은 변화의 씨앗 없이 미래는 없다. 이순신 장군의 기적에 의존하기 앞서 당장 풀뿌리 부터 살펴봐야 할 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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