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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의 롯데, 육성 넘어 비원의 V3를 보고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9-01-09 07:59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환희의 기억 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롯데 자이언츠에게 '우승'이라는 단어는 '한'이 된 지 오래다. '무쇠팔' 최동원의 4승으로 딴 V1(1984년), 고졸 신인 염종석이 '안경에이스' 계보를 이은 V2(1992년) 이후 더 이상의 환희는 없었다. 새 시즌 마다 롯데 팬들의 바람은 V3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 뒤 9차례 가을야구는 모두 슬픈 끝맺음이었다. 올해는 롯데가 마지막 한국시리즈(1999년)를 치른지 20년째가 되는 해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양상문 감독 체제로 전환했다. 양상문 감독은 '내부 육성'이라는 화두를 던진 상태. 롯데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이 그동안 정체됐던 육성을 토대로 팀 전력을 끌어 올리려는 것은 결국 성과라는 궁극적인 지향점을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 년간 FA(자유계약선수) 투자를 하면서 전력을 다졌지만, 투자로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육성을 통해 보완하고 신구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해 나아간다면 성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장과 소통하면서 최상의 성과를 내고자 하는 구단 방향성은 감독님의 뜻과 일치한다"고 했다.

양상문 감독은 부산을 대표하는 야구인 중 한 명이다. 그동안 롯데가 걸어온 길, 나아가야 할 길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단순히 '육성'에서 만족할 수 없는 위치라는 점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취임 뒤 "(롯데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우승이다. 그것 밖에 없다. 좋은 선수들이 있을 때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부산 시민, 롯데 팬들이 원하는 가을야구를 향한 갈망은 꼭 채워드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롯데, 양상문 감독의 뜻을 종합해보면 올 시즌의 육성 기조는 결국 '대권의 꿈'을 이루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롯데는 지난해 정규시즌 7위에 그쳤다. 그러나 팀 타율(2할8푼9리)과 경기당 득점생산(5.97점)은 각각 4위, 팀 홈런(203개), 팀 타점(792점)은 나란히 3위다.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 이대호 채태인으로 이어지는 상위-중심 타선은 지난 1992년 염종석과 함께 V2를 일군 '남두오성(전준호 이종운 박정태 김민호 김응국 등 당시 5명의 3할 타자에게 롯데 팬들이 붙인 별명)'과 견줄 만하다. 한 단계 도약한 신본기와 가능성을 증명한 전병우, 안중열, 여기에 강력한 스윙, 스피드, 수비력을 갖춘 메이저리거 출신 카를로스 아수아헤까지 보강했다. 타선은 완전체에 가깝다.

문제는 마운드. 2017년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하는 발판이 됐던 롯데 투수진은 지난 시즌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올 시즌 브룩스 레일리와 재계약 했고, 제이크 톰슨을 보강했지만,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국내 선발 투수가 없다. FA 노경은이 있지만 박세웅은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노쇠화가 두드러진 송승준의 입지가 불투명한 가운데 김원중 윤성빈 김건국은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오현택 구승민 손승락이 버티고 있는 필승조의 존재가 그나마 위안거리다.

당장 롯데를 우승권 전력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붙은 물음표가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롯데는 분위기를 타면 모든 팀들이 꺼리는 파괴력을 자랑하는 팀. 올 시즌 롯데 특유의 근성과 양상문 감독의 육성 전략이 가을야구로 꽃을 피운다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언제든 '통큰 행보'를 펼칠 수 있는 롯데의 V3 달성은 머지 않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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