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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구.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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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구를 인위적으로 만지는 것보다, 결국 개개인의 기술 향상이 먼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규칙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왔다. KBO는 리그 단일 경기사용구로 쓰고 있는 '스카이라인'사의 공인구 반발계수를 국제 평균치에 맞춰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수정 전에는 반발계수가 0.4134 이상 0.4374 이하로 메이저리그(MLB)나 일본프로야구(NPB)에 비해 다소 높았다. 그래서 0.4034 이상 0.4234 이하로 조정에 들어간다. 변경된 기준은 내년 시범경기때부터 공식 적용된다. 선수들은 시범경기 이전부터 새 공인구 적응 훈련에 들어갈 것이다.
이처럼 반발 계수 조정을 한 이유는 타고투저 현상이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몇 년 사이 3할 타율 타자가 속출하고, 두자릿수 홈런 타자도 대폭 증가했다. 반면 투수들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찾기가 힘들다. 올 시즌 같은 경우에도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2점대 평균자책점은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2.88) 단 한명 뿐이다. 3점대 투수도 5명 정도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2008년에는 2점대 6명, 3점대 8명으로 지금과 많은 차이가 난다. 무조건 투고타저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균형을 잡을 필요는 있다. 그래서 KBO도 스트라이크존 확대 조정, 엄격한 배트 규정 적용 등 여러 방안을 실시해왔으나 큰 차이가 없자 결국 공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공의 반발계수를 하향 조정한다는 뜻은 쉽게 말해 똑같은 힘과 방향으로 쳐도 이전보다 타구의 비거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전 같았으면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이 될 타구가 3~4m 차이로 야수에게 잡히거나, 더 멀리 뻗어갈 타구가 덜 날아가는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가 많다. 야구계에 오래 몸 담았던 많은 지도자들은 투수들의 타고투저의 근원적인 문제는 공이 아니라 투수들에게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한 투수 출신 지도자는 "젊은 투수들의 기본기 자체가 이전보다 부족하다.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는 투수들이 태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발계수를 조정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의견의 편차는 있어도, 투수들의 실력 하락이 타자들의 개인기 향상과 맞물리면서 타고투저로 이어졌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한다. 투수들, 최근 프로에 들어온 젊은 투수들 가운데 눈에 띄는 거물급 투수가 많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지도자들이 당장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을 받기 때문에 기본기 교육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들도 함께 겪고 있는 문제다. 프로 구단들은 이미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에게 아주 세세한 것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낀다. 빠르게 발전하는 타자들의 평균 실력에 비해 투수들의 더딘 성장이 부진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또 야구 인구에 비해 10구단 체제가 지나치게 많고, 여기에 144경기 체제 역시 투수들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선수는 부족한데 경기수는 많으니 부상 위험도도 높고, 성적도 떨어지는 구조다.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하향 조정한다고 해도 무조건 타고투저 완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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