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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단들은 FA(자유계약선수) 선수 몸값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금액 상한제를 만들 명분을 스스로 없애버렸다.
사실 이번 F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의 몸값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10개 구단이 시즌 중 FA 선수 몸값 상한 제도 도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액수는 80억원. 멈추지 않고 솟구치기만 하는 선수 몸값에 당장 구단 운영이 너무 힘들어진다고 읍소했다. 그러나 당장 양의지, 최 정(SK 와이번스) 등이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이에 따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구단들이 제시한 제도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는 제도 도입까지 시간이 촉박했고, 내년 상한제 도입을 목표로 다시 얘기를 하자던 구단들이었다. 많은 야구인, 팬들의 지지도 받았다. 일부 대형 FA 후보들을 제외하고, 몸값이 낮은 선수들도 찬성했다. 상한제가 도입되면 FA 등급제가 시행되고 FA 자격 획득 년수가 축소되며 최저 연봉 상승 가능성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FA 시장에서 구단들이 자신들의 의지를 어느정도 보여줘야 했다. 선수 가치를 무작정 깎는 게 아니라, 제도 도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어느정도 납득이 가는 금액 책정이 필요했다.
결국 구단들이 상한액 제도를 정하자고 한 건, 제도화 하지 않으면 자신들 중 누구라도 배신할 팀이 나올 걸 알았기 때문이다. 선수들 몸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부터 각 구단들이 '공멸'을 우려하며 자제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꼭 다음 시즌 성적이 급한 팀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FA 선수를 영입했다. 어떤 팀도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게, 거의 모든 팀들이 이런 FA 몸값 부풀리기에 참여했었다.
최근 선수들 계약을 바라본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번 오프시즌을 겪어보니 FA 몸값 거품 제거는 사실상 힘들다는 걸 느꼈다"고 실토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 이 문제는 구단들이 자신들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돈 잔치를 벌여놓고, 내년 또 다시 상한제 논의를 한다면 누가 구단들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이제 상한제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 게 구단들이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