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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 주변 어려운 친구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전하고, 야구팬들에게 감사의 보답을 하는 자리였다.
유희관(두산 베어스)은 이 대회에 매년 참가해 특별한 이벤트와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줬다. 하지만 올시즌 극도의 부진 탓인지, 이번 대회 참가는 끝내 고사했다.
하지만 유희관의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대형(?) 스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민수. 김민수는 애니메니션 영화 '샌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캐릭터 '가오나시' 분장을 하고 나와 큰 웃음을 선사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되자 두 팔을 벌리고 1루까지 전력질주했고, 아예 5회말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불편한 복장 속에 135km 강속구를 뿌렸다. 엄청난 존재감으로 대회 MVP를 차지했다.
임찬규, 구승민...포지션 바꿔도 되겠네
투수-야수 포지션 바꾸기는 이 대회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번 대회 역시 정규시즌 투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야수로, 야수로 뛰었던 선수들이 투수로 등판해 볼거리를 더했다.
야수쪽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임찬규(LG 트윈스)와 구승민(롯데 자이언츠). 임찬규는 종범신팀 1번-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타석에서는 4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수비에서 다른 유격수들 못지 않은 몸놀림과 글러브질을 선보이며 화려한 수비 실력을 자랑했다. 특히 1회 양창섭(삼성 라이온즈)의 빠른 원바운드 타구를 포구해내는 장면은 하이라이트 필름에 담아도 무방할 멋진 수비였다.
구승민은 종범신팀 6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는데 4타수 3안타를 몰아치며 타격상을 받았다. 첫 세 타석 안타는 빗맞거나 운이 좋아 나온 안타가 아니라 정확한 타격 임팩트 속에 만들어낸 멋진 안타였다. 중견수로 계속해서 날아드는 공을 안정적으로 처리해낸 건 보너스였다.
이밖에 넥센 히어로즈 투수 신재영이 멀티히트로 남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종범신팀 선발 조수행(두산)은 2이닝 동안 1실점했지만, 120km 중반대 직구에 정확한 제구력을 자랑하며 3탈삼진을 기록, 투수 전향을 해도 될 만한 실력을 보여줬다. 정수빈(두산)은 왼손잡이 포수로 신고식을 치렀다. 이미 올스타전에서 투수로 나서 화제가 됐던 KT 위즈 괴물신인 강백호는 이날도 마운드에 올라 147km 강속구를 뿌렸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