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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욱을 영입한 SK가 가장 큰 손해다?
단순히 보기에 가장 납득이 안가는 선택을 한 팀은 SK다. 가장 큰 득을 본 팀으로는 넥센이 꼽힌다. 고종욱은 올시즌 102경기 타율 2할7푼9리 6홈런 54타점 17도루에 그쳤다. 성적을 떠나 혜성처럼 등장한 김규민에 밀려 주전 좌익수라고 하기에 부족한 시즌을 보냈다. 넥센은 고종욱 없이도 충분히 내년 시즌 외야진을 꾸릴 수 있는 가운데, 다른 팀에 있었다면 바로 주전으로 뛰었을 포수 이지영을 데려왔으니 자신들의 약점을 완벽히 메운 상황이 됐다. 넥센은 올시즌 후 주전 포수 김재현이 입대를 할 예정이다.
삼성도 이지영의 이탈은 아쉽지만, 약점으로 지적 받던 거포를 보강했기에 괜찮아 보인다. 김동엽은 지난해 22홈런, 올해 27홈런을 쳤다. 외야 수비에는 큰 약점이 있지만 삼성이 지명타자로 활용한다고 하면 아무 문제될 게 없다. 선구안 등에서도 문제가 있는데, 삼성은 힘있는 타자들이 홈런을 쉽게 칠 수 있는 삼성라이온즈파크 홈구장 이점을 살릴 수 있는 타자로 김동엽을 찍었다. 28세의 젊은 타자라는 점도 삼성이 반기는 점이다.
염 감독은 현재 SK의 팀 상황을 봤을 때 김동엽 외에도 홈런을 칠 타자들이 즐비하니, 고종욱과 같은 스타일의 컨택트 능력이 있고 잘 달리는 선수가 앞 타순에서 찬스를 만들어줘야 득점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계산했다. SK는 올해 리드오포 노수광 뒤 2번 자리에 한동민이 주로 들어갔는데, 한동민은 41홈런을 쳤다. 타율, 출루율이 높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유형은 아니다. 한동민이 2번 타순에서 장타를 쳐주면 쉽게 경기가 풀리는 건 분명하지만, 침묵하는 날은 공격이 꼬여버리는 일이 많았다.
만약 노수광-고종욱 테이블세터가 밥상을 잘 차려주면 SK는 최 정-제이미 로맥-한동민-이재원-정의윤 순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중심타선을 구성할 수 있다. 지명타자로 정의윤을 활용하면 되고 로맥의 수비 휴식을 줄 때 최승준 등을 활용할 여유도 생긴다.
이번 고종욱 영입은 염 감독이 내년 시즌 지향하는 바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홈런 군단 SK의 팀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쉽게 득점을 만들 수 있는 디테일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