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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무책임한 정운찬 총재, 리더로서의 자격 없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0-24 16:00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12일 오전 서울 도곡동 KBO에서 열렸다. 기자간담회에서 정운찬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12/

정운찬 총재는 이제 야구인들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까.

대한민국 최고, 최대 야구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하면 안될 말들만 골라서 했다. 대한민국 최고 지성 중 1명으로 꼽히는 인물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발언을 내뱉지는 않았을 것이다. KBO 정운찬 총재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정 총재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정 총재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을 했다. 지난 10일 앞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을 불러다 어처구니 없는 질문만 쏟아낸 뒤 망신을 당한 후, 정 총재가 출석하는 자리였기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데 정 총재는 생각지도 못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작금의 사태와 관련, 선 감독에게 책임을 모두 뒤집어 씌우는 뉘앙스였다. 정 총재는 "(9월12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관련 자신이 사과한 것에 대해) 선수 선발은 원칙적으로 감독 고유의 권한이나 선발 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을 선 감독에게 알리고, 선발 과정에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말했다면, 또 선 감독이 이를 받아들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하지 못한 걸 사과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이 선수를 잘못 뽑아 이 모든 일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발언의 수위는 더 높아졌다. 정 총재는 "선동열 감독이 TV로 야구를 보고 선수를 뽑은 건 불찰이다. 이는 마치 경제학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 지표만 갖고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에 모든 야구인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현장에 나가면 5개 구장 경기를 한 번에 체크하지 못한다. 여러 선수들을 체크하려면 TV로 보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또 현장에서보다 오히려 자세히 플레이를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장에 아예 안나갔다면 모를까, 경기장을 여러차례 찾으며 충분히 현장과 소통도 했다. 오히려 특정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면 '이 구단 선수를 뽑으려 하나'라는 구설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과 같이 야구에 대해 잘 모를 만한 사람이 말했다면 어떻게라도 이해할 수 있지만, 야구라는 스포츠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정을 훤히 아는 정 총재가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정 총재는 전임 감독제 자체에 대한 부정의 뜻을 나타냈다. 정 총재는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감독은 필요치 않다"고 했다.

대표팀 전임 감독제는 지난해 7월 만들어졌다. 정 총재 부임 전이다. 당시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이 되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누구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까지 망쳐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 전임 감독제가 논란이 되니, 없는 게 낫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자신이 만든 게 아니니 본인은 책임질 게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정 총재는 이 모든 발언 후 "사견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코멘트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다. 정 총재가 말한대로 선동열 감독이 잘못한 것일 수도 있고, 전임 감독제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KBO 총재로서 꺼낼 말은 아니었다. 어렵게 선임한 국가대표팀 감독이, 잘못을 해도 감싸줘야 할 판에 공식석상에서 앞장 서서 부정을 하는 건 리더로서 보여줘야 할 모습이 아니다. 무조건 감싸기를 떠나, 리더로서 냉정한 채찍질을 했다면 모를까 근거도 없는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장단까지 맞춰줬으니 야구계의 신뢰를 한 순간에 잃는 행동이었다.

또 전임 감독 문제가 아무리 자신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어찌됐든 그 제도를 만든 단체의 책임자가 됐다는 건 그 제도가 올바르게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책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나 몰라라식의 발언은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KBO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 총재로서 자신의 말에 얼마나 큰 파급력이 있는 지 안다면 국정감사에 나가기 전 어느정도 방향성을 참모들에게 얘기 했어야 했다. 하지만 어떤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해버렸다. KBO는 소위 말해 '멘붕'에 빠졌다. 후폭풍 처리에 정신이 없는 걸 떠나, 수장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있으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장, 팬, 언론 등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정치인 출신 총재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야구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야구를 이용하는 게 싫어서다. 정 총재는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급'이 다른 다른 정치인이지만, 정치를 하는 동안 보여준 야구에 대한 애정 덕에 큰 환영 속에 KBO에 입성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지켜보니, 그 야구를 좋아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섭게 느껴진다. 만약 야구 사랑은 진심인데,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면 '결국 정 총재도 야구인 이전 정치인이구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난 국 속 자신만 살겠다는 정치적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되기 때문이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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