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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신인 투수 안우진이 2018 포스트시즌을 통해 새롭게 '거물 우완투수'의 입지를 굳혔다. 큰 경기에서 보여준 괴력의 호투로 입단 초기에 빚어진 '학교 폭력'의 오명이 아닌 '넥센의 대들보 투수'로 우뚝 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겪은 뒤에야 안우진은 비로소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에게도 거듭 사과를 했다. 그리고 혼자 묵묵히 공을 던졌다. 그리고 실력만큼은 최고라는 점을 대중 앞에 알렸다.
안우진은 한화 이글스와 치른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팀이 거둔 3승 중에 2승을 따내며 두 차례 데일리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두 경기 모두 위기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 롱 릴리프로서 거둔 구원승이다. 외국인 '원투 펀치' 외에 선발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팀의 약점을 완벽하게 해결해줬다.
이날 51개의 공을 던진 안우진은 이틀을 쉬고 23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선발 이승호에 이어 1-1로 맞선 4회초 1사 1, 3루 위기였다. 첫 상대인 김회성을 상대로 안우진은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앞서 1루주자 하주석이 2루 도루에 성공해 병살 플레이 기회가 무산된 바람에 아웃 카운트를 1개만 늘려야 했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이성열이 홈을 밟았다. 아쉬웠지만, 2사를 만든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후 안우진은 정은원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본격적으로 경기를 지배해 나갔다.
결국 안우진은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5⅔이닝 5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72개로 마치 선발투수처럼 던졌다. 2차전에 비해 패스트볼 제구가 다소 벗어났지만, 그럼에도 한화 타선은 안우진의 위력적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제대로 공략해내지 못했다. 안우진은 위기 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매 이닝 안타를 내줬지만, 그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150㎞ 초반 강속구로 타자들을 돌려 세웠다.
사실 8회가 끝나고 마무리 김상수의 투입이 예상됐지만, 장정석 감독은 그대로 안우진을 밀고 나가는 뚝심을 보여줬다. 안우진이 어디까지 성장할 지 지켜보겠다는 의도다. 안우진은 9회초 선두타자 강경학에게 우전 2루타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힘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정은원과 정근우에 이어 이용규까지 세 타자를 각각 중견수 뜬공과 2루수 뜬공,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9회까지 힘이 넘쳤던 안우진의 공이 타자들의 배트를 이겨낸 결과였다. 안우진은 지난 2차전에 이어 4차전에도 경기 MVP로 선정됐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