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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던 것일까. 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사계절을 또 겪고 맞은 포스트 시즌. 너무 낯설었기 때문일까. 세월의 벽은 너무 높았다. 한화 이글스의 '가을 야구'가 5일 만에 끝났다. 한화는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대5로 졌다. 선취점을 내고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시리즈 전적 1승3패.
홈에서 1,2차전을 내준 충격을 딛고 3차전에서 4대3으로 신승을 거두며 반격을 준비했지만 4차전에서 진격을 멈추고 말았다. 또다시 득점권에서 방망이는 철저히 침묵했다.
한화의 경기력은 8월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세였다. 5월에 17승8패(0.680)로 월간 승률 1위, 6월에 17승9패(0.654)로 2위였지만 7월 들어서는 주전들의 줄부상과 키버스 샘슨의 출산 휴가 여파 등으로 9승13패(0.409), 월간 7위에 그쳤다. 8월 5승7패, 9월 12승12패, 10월 3승3패로 간신히 버티며 3위를 지켜냈다.
꿈에 그리던 가을 야구를 하게됐지만 상대인 4위 넥센은 계속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다. 8월에는 11승2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큰경기 경험은 베테랑이 많은 한화나 신예들이 즐비한 넥센 모두 부족했지만 '담력'은 넥센 쪽이 앞섰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한화는 포스트시즌을 '보너스 게임'이라고 규정했지만 첫 시리즈 탈락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탄탄한 불펜으로 쥐어짜듯 승리를 만들어냈던 힘겨운 전력의 민낯을 보고 말았다.
올 시즌 한용덕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한화 선수들은 패배의식을 딛고 돌풍을 일으켰다. 이태양-송은범-정우람으로 이어지는 리그 1위 불펜진과 효자 외국인 타자 호잉은 '히트 상품'이었다. 대전구장에는 사상 처음으로 70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고, 거대한 용광로로 변했다. 성과를 일군 한화의 2018년이었지만 짙은 아쉬움이 어쩔 수 없다.
고척=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