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땐 가을야구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보다 1년 더 보낸 뒤 다시 가을야구 앞에 선 김태균의 모습은 한없이 작았다. 73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254타수 80안타), 10홈런, 34타점에 그쳤다. 3할 타율은 이어갔으나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온 13년 연속 100안타 기록도 깨졌다. 출전 경기는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적었다. 연봉 14억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활약상이다. 부상과 부진으로 2군을 오가는 동안, 후배 이성열,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이글스 타선을 주축이 됐다. 더이상 김태균은 팀의 중심이 아니었다. '후배들 덕에 가을야구 간다'는 달갑잖은 수근거림도 뒤따랐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한화를 구해낸 결승타의 의미는 그래서 더 값졌다. 지난 2007년 10월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4028일 만에 얻은 가을의 승리다.
뜻깊은 승리에 김태균도 감회가 남달랐다. "모든게 다 새롭다. 너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온 것 같다. (11년 전엔) 내가 어린 선수였고, 좋은 선배님들이 이끌어줘 부담없이 경기를 했다. 그땐 가을야구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는 "11년 동안 가을야구를 못했고,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그 시기가 소중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균은 가을의 기억을 되살린 한화가 불씨를 이어가릴 바라는 눈치다. "우리 팀엔 좋은 기량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많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계속 가을야구를 하는 한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