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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막하, 호각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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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의 대결은 창(넥센)과 방패(한화)의 대결 구도로 단순화할 수 있다. 올해 한화는 강력한 불펜의 힘을 앞세워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두 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 외에는 뚜렷한 국내 선발이 없었음에도 한 시즌을 버텨낸 것은 다양한 불펜 자원을 활용한 결과다.
덕분에 한화는 역전승 전체 2위(44승, 1위 두산-48승)에 역전패 전체 9위(27패, 1위 두산-23패)의 기록을 남겼다. 즉 선발진이 초반에 다소 흔들려 선취점을 내줘도 불펜이 추가 실점을 막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반대로 선발이 잘 던지고 선취점도 뽑으면 그대로 승리를 굳히는 경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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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불펜의 힘에서는 한화에 절대적으로 밀린다. 넥센의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은 5.67로 리그 최하위였다. 한화에 비하면 1점 이상 평균자책점이 높다. 대신 넥센은 선발진의 안정성이 한화보다 좋았다. 하지만 이 강점이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발휘되지 못하게 됐다. 최원태가 팔꿈치 통증으로 빠지면서 선발진이 약화됐다. 외국인 '원투 펀치'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해커가 필승카드인데, 브리검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등판해 3차전 이후에나 나올 수 있게 됐다.
대신 넥센에는 강력한 타선의 응집력이 남아있다. 1번 이정후를 필두로 9번 김재현까지 어느 타자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와일드카드 1차전에 나온 라인업이야 말로 넥센의 시즌 베스트라고 할만 하다. 특히 중심 타선에 버티고 있는 샌즈-박병호 듀오의 파괴력은 리그 최강급이다. 아무리 한화 불펜이 강력하다고 해도, 한 순간 방심하면 대량 실점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무엇보다 넥센은 팀 배팅을 할 줄 아는 팀이다. 타순에 상관없이 타석에 나오는 타자들은 주자가 있을 경우 스윙이 달라진다. 이를 통해 일순간 빅이닝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와일드카드 1차전에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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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에서의 '경험 부족'이 얼마나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 있는 지 지난 16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보면 된다. KIA 주전 유격수 김선빈의 사구로 인한 손가락 부상 이후 나온 황윤호는 5회말 수비 때 연이어 실수를 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원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KIA보다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라오는 데다 30명 엔트리 중 포스트시즌 처녀 출장자가 15명이나 포함된 넥센이 더 실수를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넥센의 젊은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우려는 똑같이 한화에 적용될 수 있다. 한화는 올해 젊은 팀으로 변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한용덕 감독은 기존 주전들의 안일함을 깨트리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결과적으로 팀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다시 오르게 됐다.
하지만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팀 내에서 베테랑 몇 명을 제외하고는 가을 무대에 올라본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야수에서는 정근우와 김태균 이성열, 투수진에서는 송은범, 정우람 정도를 들 수 있다. 송광민도 11년 전인 2007년에 교체로 2경기 출전한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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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넥센은 와일드카드 매치를 통해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경험이 없던 선수들은 훌륭한 예방 주사를 맞은 셈이다. 일단 이 부분은 걱정할 것 없다. 하지만 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는 불펜진은 여전히 큰 고민거리다. 이보근 오주원 김상수의 필승조도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하는 편이 아니다. 장정석 감독이 이를 대비하기 위해 한현희를 일시적으로 불펜으로 돌려봤지만, 이 또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장 감독은 한현희를 다시 선발로 돌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렇다면 양 현이나 김성민 신재영 윤영삼 등으로 중간을 막아야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잘 해줄 때는 문제없지만,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곤 했다. 불펜을 어떻게 안정화 시키느냐가 넥센이 플레이오프로 가기 위한 숙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