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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53)과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45)이 맞붙는 준플레이오프는 '누가 누구에게 도전한다'는 느낌보다 가을 야구 '초보 사령탑 간 기 싸움'의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 감독은 투수 출신으로 마운드 운영에 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화와 두산에서 투수코치로 일하면서 갈고 닦은 '안목'을 사령탑 데뷔 시즌에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 감독은 특히 2015~2017년 두산에서 투수 및 수석코치를 역임하며 경기를 읽어내는 능력을 키웠다. 올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4.93으로 10개팀 중 2위였다. 선발-중간-마무리의 체계적인 투수진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공격에 있어서는 타자들에게 맡기는 선굵은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기동력과 미세한 수비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시즌 막판 '송광민 2군행' 조치처럼 팀워크 부분에서 '강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차분한 스타일의 지도자다. 한 감독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자율 의지를 강조하며 개인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은 편이다. 선굵은 야구를 한다는 것도 한 감독과 비슷하다. 장 감독은 2016년 10월 넥센과 2년 총액 8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데뷔 시즌에는 69승2무73패로 페넌트레이스 7위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당당히 가을야구 무대에 섰다. 현장 코치 경험없이 곧바로 지휘봉을 잡은 드문 케이스로 성과를 비교적 일찍 냈다.
선두 타자가 출루해 번트 작전을 낼 수 있는 기회가 3차례 있었지만, 모두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특히 0-2로 뒤진 5회말에는 무사 1,2루에서 9번 김재현에게 '위장 번트(fake bunt and slash)'를 지시, 내야안타로 만루의 기회를 만들어내며 전세를 뒤집기도 했다. 장 감독은 "번트 작전은 가급적 안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주자 2루에서 번트 작전을 내보니 홈까지 들어온 확률이 5번 중에 한 두 번 정도더라. 필요하면 9번 타순에서 나올 수는 있다"며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장 감독은 이날 승리 후 "오늘 중간으로 나선 한현희의 보직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선수단 전체를 점검하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정규시즌 막판 휴식을 취한 게, 우리 팀에는 보약이 됐다"며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몸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넥센이 준플레이오프 파트너로 결정되자 "넥센은 장타력을 갖춘 타선의 응집력이 강점이다. 시즌 때 8승8패로 호각지세였는데, 우리가 넥센을 상대로 이긴 경기들은 대부분 3점 이내 박빙 승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수들이 최소실점으로 막아주고, 타선이 응집력을 보였던 정규리그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했다.
가을 야구 초보 사령탑으로 만나지만, 둘다 선굵은 야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팽팽한 기 싸움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