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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호통과 면박이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55)에게 집중됐다.
국감장에서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은 오지환(LG 트윈스)과 김선빈(KIA 타이거즈)의 기록을 비교하며 "소신껏 선발했다"는 선 감독을 다그쳤다. 또 손혜원 의원은 선 감독을 세워놓고 "선 감독은 연봉을 2억을 받지만 판공비는 무제한이라고 하더라", "매일 출근하지도 않는데 연봉 2억을 받는다. 너무 편하다", "사과를 하든지 사퇴를 하든지 해야 한다. 끝까지 버티고 우기면 2020년(도쿄올림픽)까지 가기 힘들다", "아시안게임 우승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경기력만 생각했다. 시대적 흐름과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죄송하다. 하지만 선발하는 것은 내 생각이 맞다"며 "지금 현재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쓰는 게 감독이다. 이것은 어떤 감독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름만 가지고 쓴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대회는 날씨가 더운 지역에서 열렸다. 우리 정규시즌이 3분의 2가 끝나는 시점이었다. 베테랑 선수들은 체력이 고갈된 시기였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을 선발했다"며 "거기에는 체력적인 면도 있고, 성적도 기준으로 삼았다. 시대의 흐름을 이해 못하고 경기에 이기려고만 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공정하지 못한 결정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기록으로만 선수를 뽑는다면, 굳이 대표팀 코칭스태프 회의까지 열 필요없다. 포지션별 성적 1~2위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선수들간의 유기적 호흡, 작전 수행 능력, 현재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선 감독은 "백업 선수로 멀티플레이어를 생각했지만 마땅한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포지션별로 대체 선수를 뽑았다. 김현수 박민우 오지환이 그들이다"고 선발 기준을 설명했다.
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선 감독도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예비 엔트리를 발표할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상무나 경찰 야구단 입단이 가능한데도, 아시안게임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입대를 미룬 오지환, 박해민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끝까지 엔트리에 넣었다. 대표팀 성적보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결정이었다. 민감한 병역 혜택에 연관된 문제라는 걸 감안해야 했다. 아무리 선수 선발이 감독의 권한이라고 해도, 오만함으로 비쳐질 여지가 있었다. 또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설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침묵해 일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무능한 행정력, 허술한 대처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야구를 단순히 기록만으로 본 정치권의 호통과 면박주기식 행태는 문제가 있다. 야구계에서는 일부 정치권이 과도하게 논란을 부추기고 이슈화했다고 보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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