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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꼴찌 KT의 반란, 롯데 벼랑 끝에 몰았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10-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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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비를 넘겼다."

10일 KT 위즈와의 더블헤더를 앞두고 부산 사직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전날 KIA 타이거즈와 연장 11회 혈투 끝에 11대10으로 승리한 여운이 더그아웃에 가득했다. 이날 롯데 선수들은 일찌감치 사직구장으로 모여 밝은 표정 속에 몸을 풀었다. 전날 승리로 5위 KIA와의 승차가 사라지면서 5강 진입 희망이 더 밝아졌다. 막판 대역전극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지난해의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조 감독은 "(KIA전 승리로) 한 고비를 넘겼다고 본다"면서도 "최선을 다해야 좋은 결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방 수원에서 한화 이글스와 격전을 치르고 부산에 도착한 KT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김진욱 KT 감독은 "상대팀이 어떻게 준비를 하든 우리가 가진 걸 제대로 풀어내며 경기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KBO리그 참가 첫 시즌인 지난 2015년부터 4시즌 연속 꼴찌 위기에 몰린 상황. 승리를 양보할 여유는 없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롯데의 우위가 예상됐다. 5위 등극이라는 동기부여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 4연승을 달렸다. 전날 KIA를 상대로 방망이를 앞세워 끈질긴 추격 끝에 연장 승리를 거머쥔 분위기도 상당했다. 장거리 이동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KT를 쉽게 공략할 것처럼 보였다.

KT는 환호했고, 롯데는 망연자실했다. KT가 롯데와의 더블헤더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1차전에서 12안타(2홈런)를 몰아치며 10대1 승리를 거머쥔 KT는 2차전에서도 정 현의 연타석 홈런을 포함, 4개의 홈런포를 앞세워 7대0으로 이겼다. 박세웅을 앞세웠다가 1차전에서 쓴잔을 들이킨 롯데는 2차전에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를 등판시켰지만, 2경기 총 18이닝 동안 단 1점을 얻는데 그치는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 충격의 연패를 당했다.

두 선발 투수의 호투가 KT의 이변을 이끌었다. 1차전의 히어로는 고영표였다. 허리 통증으로 2군에 머물다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 진입한 고영표는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타선의 득점 지원에 화답했다. 당초 50개 안팎의 투구가 예정됐던 고영표는 65개의 공을 던지며 롯데 타선을 틀어 막았다. 고영표는 "내 예상보다 공이 더 잘 들어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차전에서의 '깜짝 호투'는 더 극적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선발, 불펜을 오가며 8경기를 던진게 전부인 신인 투수 김 민이 '작품'을 만들었다. 1회 4구, 2회 5구로 투구수를 크게 줄인 김 민은 7이닝 동안 4안타 무4사구 7탈삼진으로 개인 최다 이닝 투구 및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5회부터 네 타자 연속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내심 연승을 기대했던 롯데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날 패배로 5위 KIA와의 경기차가 다시 벌어졌고, 6위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역전을 허용하며 하루 만에 7위로 내려앉았다. 11~13일 광주 KIA전을모두 이겨야 5강 진입을 바라볼 수 있는 벼랑 끝에 몰렸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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