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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이닝 돌파 앞둔 넥센 브리검, 내년에 괜찮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10-07 12:55


2018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브리검이 투구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9.28/

선발 투수에게 '시즌 200이닝 투구'란 마치 '시즌 20승'에 비견할 정도로 뛰어난 기록이다. 꾸준함과 건강함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승만큼 달성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계산해보자. KBO리그에서 선발 투수가 풀 타임 시즌을 전부 소화하면 대략 30~31경기 정도 나오게 된다. 그리고 매 경기 당 퀄리티스타트의 기본 요건 중 하나인 6이닝씩 던진다고 하면 약 180~186이닝 정도 던지는 셈이다. 승패 여부를 떠나 이 정도로 꾸준히 한 시즌을 소화해줄 수 있다면 어느 팀에서나 에이스라고 불릴 수 있다. 올해만 해도 7일 기준으로 18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단 세 명 뿐이다. 제이크 브리검(넥센 히어로즈)과 헨리 소사(LG 트윈스), 그리고 유일한 토종 투수 양현종(KIA 타이거즈)이다.

180이닝도 이렇게 드문 상황에 200이닝은 말할 것도 없다. 새삼 200이닝이 얼마나 달성하기 어렵고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매 경기마다 6이닝을 넘겨야 달성가능하기 때문이다. 30경기를 기준으로 하면 매 경기 평균 6⅔이닝을 던져야 딱 200이닝을 채운다.

올해 이 기록을 세울 투수는 딱 한 명 뿐이다. 넥센 2년차 외국인 투수 브리검은 지난 6일 창원 NC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올 시즌 누적 196⅔ 이닝을 기록했다. 자신의 30번째 선발 등판 경기였다. 비록 9회말 마무리 김상수가 역전 끝내기 홈런을 얻어 맞는 바람에 승리가 날아갔지만, 브리검의 꾸준한 호투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정규시즌 내 '200이닝 달성'까지 남은 건 불과 3⅓이닝이다. 일정으로 보면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넥센은 12일 KT전과 13일 삼성전 단 2경기 만을 남겨둔 상태다. 6일에 선발 등판했던 브리검에게는 모두 등판 가능일이다. 두 경기 중 한 경기에 선발로 나오면 이변이 없는 한 200이닝은 무난히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만약 한화 이글스가 3위를 자력으로 확정 짓는다면 넥센으로서는 잔여경기 승리가 굳이 필요치 않다. 이 경우 포스트시즌을 위해 에이스인 브리검을 아껴둘 가능성이 있다.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200이닝'을 채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포스트시즌에 나오기 때문에 '200이닝'은 넘긴 셈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사실 '200이닝'이 따지고 보면 별로 좋을 게 없다. 피로도만 쌓이고 부상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상처뿐인 영광'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당장 내년 시즌 브리검이 어떨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넥센은 브리검과 당연히 재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200이닝을 돌파하게 되는 브리검이 내년에도 올해처럼 꾸준히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역대로 200이닝을 넘겼던 투수들은 이듬해 성적 하락세를 그렸다. 2015년 롯데에서 210이닝을 던지며 13승(11패)을 했던 조시 린드블럼은 다음해 177⅓이닝 동안 10승(13패)을 기록했다. 에릭 해커도 2015년 NC에서 204이닝을 던져 19승(5패)을 따냈으나 2016년에는 140⅔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2016~2017 2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했던 헥터 노에시도 올해 부진하다. 누적 피로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투구 이닝이 쌓여갈 수록 브리검의 내년 시즌이 조금씩 우려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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