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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에게 '시즌 200이닝 투구'란 마치 '시즌 20승'에 비견할 정도로 뛰어난 기록이다. 꾸준함과 건강함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승만큼 달성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올해 이 기록을 세울 투수는 딱 한 명 뿐이다. 넥센 2년차 외국인 투수 브리검은 지난 6일 창원 NC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올 시즌 누적 196⅔ 이닝을 기록했다. 자신의 30번째 선발 등판 경기였다. 비록 9회말 마무리 김상수가 역전 끝내기 홈런을 얻어 맞는 바람에 승리가 날아갔지만, 브리검의 꾸준한 호투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정규시즌 내 '200이닝 달성'까지 남은 건 불과 3⅓이닝이다. 일정으로 보면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넥센은 12일 KT전과 13일 삼성전 단 2경기 만을 남겨둔 상태다. 6일에 선발 등판했던 브리검에게는 모두 등판 가능일이다. 두 경기 중 한 경기에 선발로 나오면 이변이 없는 한 200이닝은 무난히 넘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당장 내년 시즌 브리검이 어떨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넥센은 브리검과 당연히 재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200이닝을 돌파하게 되는 브리검이 내년에도 올해처럼 꾸준히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역대로 200이닝을 넘겼던 투수들은 이듬해 성적 하락세를 그렸다. 2015년 롯데에서 210이닝을 던지며 13승(11패)을 했던 조시 린드블럼은 다음해 177⅓이닝 동안 10승(13패)을 기록했다. 에릭 해커도 2015년 NC에서 204이닝을 던져 19승(5패)을 따냈으나 2016년에는 140⅔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2016~2017 2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했던 헥터 노에시도 올해 부진하다. 누적 피로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투구 이닝이 쌓여갈 수록 브리검의 내년 시즌이 조금씩 우려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