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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회장 없어 위태로운 선수협, 앞으로가 더 문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0-04 08:30


◇2016년 선수협 이호준 회장과 이사들의 모습.  스포츠조선DB

이 상태에서 새 회장을 뽑을 수나 있을까.

FA(자유계약선수) 계약 80억원 상한액 책정.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합의 실패. 포스트시즌 개막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여야 하는 프로야구계가 시끄럽다. 한국야구위원회와 10개 구단은 당장 올시즌 종료 시점부터 FA 제도를 바꾸겠다며 강력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선수협 역시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식 주장에 확실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 과정에서 선수협의 의사는 김선웅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달했다. 그런데 사실 이 기자회견은 김 사무총장이 할 일은 아니었다. 변호사인 김 사무총장은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행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수들에게 자문을 주는 역할이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전면에 나서야 할 위치가 아니다.

김 사무총장도 어쩔 수 없이 나섰다. 이 일을 해야할 회장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지난해 이호준 화징이 메리트 파동으로 자진 사퇴를 한 뒤, 신임 회장을 뽑지 못했다. 여러 고참급 선수들에게 제안이 갔으나, 모두들 거절했다. 자신들의 이익만 이기적으로 추구한다는 인식이 박힌 상황에서, 선수협 회장이 되면 욕받이가 되는 일밖에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즌 종료 후에도 회장을 뽑지 못했고 올해는 일시적으로 회장 없이 10개 구단 이사들의 공동 대표 형식으로 조직을 꾸리기로 했다.

그런 가운데 FA 제도 혁신이라는 엄청난 사안이 발생했다. 그런데 선수협은 선수들의 의사를 모으고, 그 의사를 확실하게 표명해줄 리더가 없으니 일처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김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에서 여러 사안들에 대해 뭐라고 확실한 입장 전달을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반영시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괜히, 자신이 말 한 마디를 잘못해 선수들이 의도하지 않은 내용들이 전달되면 큰 혼선을 줄 게 뻔했다.

이번 사안을 KBO-구단과 선수협의 힘싸움이라고 표현한다면, 리더가 없는 선수협이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각 구단 선수들의 정확한 의사를 들어보기 힘들고, 의견이 갈릴 때 한쪽으로 힘을 실어주기도 어렵다. 실제로 이번 사안에 대해 선수협이 반대 표시를 했지만, 자신이 100억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선수들은 이번 개선안에 대해 찬성 의사를 내고 있다. 그 수가 적지 않다. 다만, 선-후배 관계 등이 얽혀있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기 힘든 상황이다.

선수협이 진짜 자신들의 역할을 하려면 하루 빨리 회장 선출을 해야 한다. 시즌 종료 후 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면 또 회장 선임이 난항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FA 상한액 논란이 해결된다면 모를까, 이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이 어려운 일을 앞두고 총대를 매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FA 문제를 떠나 이미 선수협은 팬들에게 '귀족 노조' 이미지로 낙인찍히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수를 대표하는 회장이 없다면, 선수협은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 계속해서 10개 구단 이사들이 뒤에서 불만만 표출하고, 비난이 두려워 앞에 나서길 꺼려한다면 팬들은 그들의 이기심에 더욱 싸늘한 시선만 보낼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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