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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히 야구에는 어떤 플레이나 상황을 전쟁 용어로 비유한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가령 홈런을 '대포'라고 한다든가, 외국인 선수를 '용병', 유격수를 '야전사령관'이라고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처럼 선수들간 치열한 승부욕을 통해 최선을 다한다는 걸 의미하지, 폭력을 주고받는 진짜 전쟁은 아니다.
박경수에게도 기회가 왔다. 5회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박경수는 황재균의 안타로 2루까지 간 뒤 윤석민의 땅볼때 3루에서 포스아웃됐다. 마찬가지였다. 3루가 아닌 베이스를 이미 밟은 LG 3루수 양석환의 발목을 겨냥해 슬라이딩이 들어갔다. 양석환 역시 그 자리에 넘어져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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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는 지난 2015년 9월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유격수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태클에 무릎을 다쳐 재활에만 약 8개월을 매달려야 했다. 그해 10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뉴욕 메츠 루벤 테하다가 LA 다저스 체이스 어틀리의 슬라이딩에 종아리뼈가 부러진 일도 있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포수 버스터 포지의 부상으로 홈 충돌 방지 규정이 생겼듯,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테하다룰'을 만들어 과격한 슬라이딩을 금지시켰다. KBO리그에는 포수와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의 부상을 방지하는 홈 충돌 방지규정은 있고, 2루 충돌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가 없다.
물론 불문율은 있다. 큰 점수차 상황에서의 도루, 홈런을 친 뒤의 과도한 세리머니, 주자들의 사인 훔치기가 나오면 즉각 '빈볼'이 나오고, 벤치클리어링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도 선수들의 신체를 담보로 한 자극적인 '보복 플레이'는 사라져야 한다. 팀을 위한다고는 하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팀워크도 아니고 동료애는 더더욱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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