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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평행선 질주 뻔한 FA 제도 혁신, 다른 방법도 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9-27 08:45



정답이 있을까.

추석 연휴, 프로야구는 FA(자유계약선수) 제도 변경 건으로 시끄러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FA 몸값을 잡기 위해 80억원 상한제 도입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전달했다. 상한선을 두는 것 뿐 아니라 FA 등급제 도입, 그리고 FA 자격 획득 년수 축소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금전 부분에 있어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프로야구. 이를 깨끗하게 정리하겠다는 KBO와 구단들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동안 KBO와 구단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강력한 의사를 표시한 적은 몇 변 없었다.

하지만 이 안을 선수협이 좋다고 받아들일리 없다. 특히, 지난해까지 100억원이 훌쩍 넘는 계약이 판치던 상황에 갑자기 그만큼의 돈을 기대하던 선수들이 80억원이라는 돈밖에 못받는다 생각하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또, 상한액 도입은 언제 도입을 해도 불만이 터져나올 일이다. 처음으로 피해를 보는 집단이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너무 급박하니 시간을 두자" 한다면 내년에 FA 혜택을 받는 선수들이 가만히 있을까.

KBO와 구단이든, 선수협이든 자신들이 최대한 이익을 볼 수 있는 방향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구단은 선수 몸값을 줄여 만성 적자를 해소하고 싶고, 반대로 선수는 전성기 때 벌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벌어놓고 싶은 게 당연하다.

따라서 이 사안을 두고, 어느 한쪽을 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양쪽이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선수협쪽 입장은 명확하다. 액수 상한제는 반대, 등급제와 자격 획득 년수 축소는 찬성이다. 선수협은 등극제와 년수 축소는 공급을 늘려줘 FA 몸값을 자연스럽게 내려줄 것이라는 그렇다할 명분을 제시하지만, 이는 자신들에게 이득으로 보이기에 찬성하는 것일 뿐이다. 선수들은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빨리 FA 자격을 얻고, 얼마나 더 빨리 다음 FA 자격을 얻을 수 있나 생각을 한다. 등급제가 도입되면 어차피 많이 받을 선수들은 많이 받고, 그 아래 준척급 선수들도 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런 선수협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려면, 자신들도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액수 상한제가 싫다면, 외국인 선수 확대 등을 찬성해줘야 한다. 최근 경기력을 봤을 때 외국인 1군 쿼터가 늘어나도 국내 선수들이 할 말이 없다. 또 1군 쿼터는 그대로 두더라도, 2군에서 육성형으로 키워질 외국인 선수 영입 방안 등에 찬성하면 된다. 구단에서는 전력 가동에 있어 유연성이 커진다. 외국인 선수의 부상이나 부진 등에 대비책이 생긴다면 무리하게 비싼 국내 선수 영입을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면 각 구단마다 아시아 쿼터 1명씩을 보유하게 하는 방안도 좋다. 아시안게임을 보니, 당장 일본-대만 1군 선수가 아니더라도 한국프로야구에 오면 쏠쏠할 활약을 할 수 있을 선수들이 제법 보였다. 크게 비싸지 않은 몸값에 영입이 가능해 보인다.


구단도 마찬가지. 상한액 제도에 찬성하면서, 어떻게 하면 뒷돈을 줄 수 있나 궁리를 하는 팀들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KBO리그 FA 시장은 편법의 경쟁 무대였다. 굳이 선수쪽 반발을 살 제도를 만들 바에는, 자신들 스스로 자정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80억원이라는 기준 금액이 있으면, 그 이상의 총액 규모로 계약을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세금을 받는 것이다. 일종의 사치세 제도로 보면 된다. A 선수를 100억원에 영입하고 싶으면, 40%를 세금으로 내게 한다. 만약, 140억원을 들여 정말 잡고싶은 선수라면 그 구단이 그런 투자를 하고 추후 이 투자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 된다. 그정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80억원 이하 규모의 계약을 추진하면 된다. 구단도 100억원에 추가되는 40억원이 선수에게 가는 게 아니라 야구 발전 기금이나 KBO 운영쪽으로 간다면 계약에 있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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