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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는 지난 25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구단 역사에서 의미있는 기록 하나를 세웠다.
그러나 채은성은 기뻐할 수 없었다. LG는 채은성의 홈런으로 힘겹게 역전을 했지만, 이후 불펜진의 동반 부진으로 7대16의 처참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채은성의 구단 타점 신기록은 묻힐 수 밖에 없었다. LG로서는 가장 경사스러운 날, 가장 치욕적인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채은성'은 올시즌 LG가 뽑아낸 가장 중요한 소득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기다리던 토종 오른손 해결사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실 채은성의 타격 능력은 최근 2~3년 동안 검증된 사항이었다. 1990년생인 채은성은 2009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2군과 상무를 거쳐 2014년 1군에 데뷔했다. 이어 2016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타율 3할1푼3리에 9홈런, 81타점을 올리며 주력 타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주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진했으나, 올해 두 단계는 더 발전한 타자로 LG 타선을 이끌고 있다.
LG가 후반기 들어 채은성의 활약상과 달리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팀 성적이 자신의 성적과 같은 방향으로 갈 때 해당 선수의 성장세가 더 길어질 수 있는 법이다.
올시즌 MVP 후보로 채은성이 거론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의 활약상에 의존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간판타자 두 명이 빠진 팀 타선을 이끌고 찬스에서 끊임없이 적시타를 때려내는 채은성이야 말로 가치있는 선수가 아니겠는가"라는 의견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만일 LG가 5위 싸움에서 밀려 또다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다면 채은성은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이나 11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인 한화 이글스, 당초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등에서 MVP가 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물론 채은성이 올해 KBO리그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Very Important Player)'로 각인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