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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성의 눈부신 성장과 LG의 부진, 그래서 아쉽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9-26 08:33


LG 트윈스 채은성이 구단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우면서 팀 뿐만 아니라 KBO리그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선수로 각인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LG 트윈스는 지난 25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구단 역사에서 의미있는 기록 하나를 세웠다.

채은성이 LG 구단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채은성은 3-5로 뒤진 7회초 1사 1,3루에서 SK 채병용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137㎞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3점홈런을 터뜨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만일 LG가 7회 잡은 리드를 그대로 지켰다면 채은성의 홈런이 결승타가 됐을 것이다.

채은성은 앞서 3회초에도 1사 만루서 내야 땅볼로 타점을 추가하는 등 이날 5타수 1안타 4타점을 뽑아내며 시즌 타점을 111개로 늘렸다. 지난 2010년 조인성(현 두산 베어스 배터리코치)이 세운 LG의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인 107개를 훌쩍 뛰어 넘었다. 올시즌 타점 순위서도 두산 베어스 김재환에 이어 2위에 올라 존재감이 돋보인다.

그러나 채은성은 기뻐할 수 없었다. LG는 채은성의 홈런으로 힘겹게 역전을 했지만, 이후 불펜진의 동반 부진으로 7대16의 처참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채은성의 구단 타점 신기록은 묻힐 수 밖에 없었다. LG로서는 가장 경사스러운 날, 가장 치욕적인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채은성'은 올시즌 LG가 뽑아낸 가장 중요한 소득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기다리던 토종 오른손 해결사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실 채은성의 타격 능력은 최근 2~3년 동안 검증된 사항이었다. 1990년생인 채은성은 2009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2군과 상무를 거쳐 2014년 1군에 데뷔했다. 이어 2016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타율 3할1푼3리에 9홈런, 81타점을 올리며 주력 타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주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진했으나, 올해 두 단계는 더 발전한 타자로 LG 타선을 이끌고 있다.

전반기 초반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허벅지 부상으로 빠지자 5번타자로 나섰고, 이달 초 4번 김현수마저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채은성이 대신 해결사 노릇을 해야 했다. 가르시아의 복귀로 지금은 다시 5번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채은성의 활약상은 어느 타순에 갖다 놓아도 흠잡을 데가 없다. 채은성이 올시즌 정상급 타자로 성장한 원동력으로 타격코치 파트의 도움, 간결한 스윙, 자신감 등이 꼽힌다.

LG가 후반기 들어 채은성의 활약상과 달리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팀 성적이 자신의 성적과 같은 방향으로 갈 때 해당 선수의 성장세가 더 길어질 수 있는 법이다.

올시즌 MVP 후보로 채은성이 거론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의 활약상에 의존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간판타자 두 명이 빠진 팀 타선을 이끌고 찬스에서 끊임없이 적시타를 때려내는 채은성이야 말로 가치있는 선수가 아니겠는가"라는 의견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만일 LG가 5위 싸움에서 밀려 또다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다면 채은성은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이나 11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인 한화 이글스, 당초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등에서 MVP가 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물론 채은성이 올해 KBO리그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Very Important Player)'로 각인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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