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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KBO리그 몸값거품 제거? 핵심은 외인보유제한 철폐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9-13 05:59


외인 최고연봉(200만달러) KIA 헥터-국내 최고연봉 롯데 이대호(4년 150억원)

선수들은 죄가 없다. 연봉으로 10억원을 받든, 20억원을 받든, 37억5000만원을 받든. 누구나 많은 연봉을 원한다. 정당하다면 받는 사람을 욕할 수는 없다. 다만 건넨 이가 차후에 돈 걱정을 하며 칭얼댈 수는 있다. 그때는 누구 잘못일까. 준 사람 쪽이다. 제도가 잘못돼 그렇다면 제도를 만든 이도 일정 부분 잘못이 있다. KBO리그는 연봉을 주는 쪽과 제도를 만든 쪽(이사회, KBO)이 같다. 구단이다.

몸값 거품을 잡겠다며 최근 KBO리그 이사회가 첫 걸음을 내디뎠다. 새내기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을 도입했다. 첫해에 한해서라지만 옵션을 포함한 연봉과 계약금, 이적료를 포함해 총액 100만달러를 넘기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뒷돈계약이 난무할 것을 미리 인지한 듯 어기면 신인 1차지명권 박탈과 벌금 10억원, 위법 직원들의 직무정지까지, 꽤 무서운 이야기까지 오갔다는 후문이다.

하루가 달리 치솟는 선수 몸값은 구단 살림살이를 압박중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부 FA 선수와 외국인 선수다.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바로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 철폐다. KBO리그는 3명 보유에 3명 출전이 가능하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출전제한만 있고, 보유제한은 없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보유해 즉시 전력감을 제때 수급할 수 있다. 한국에 비해 아마추어 선수 저변이 훨씬 넓은 일본이지만 그들도 외국인 선수는 팀전력의 중요부분이다. '외국인 선수=주전 선수'라는 등식은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다.

KBO 이사회가 꺼내든 1년차 외국인 선수 총액 100만달러 제한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 현장에서는 쓸만한 선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00만달러를 받고 왔던 롯데 자이언츠 펠릭스 듀브론트는 12일 웨이버 공시가 됐다. 한국에 온 외인들의 성공확률은 70% 내외다. 이는 수년째 국내에서 활약중인 선수를 합친 수치다. 달리 말하면 30%는 퇴출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한다. 이제 고르는 폭은 더 좁아질 것인데 과연 수준급 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미 치솟은 이적료가 갑자기 다운될 리는 만무하다. 일본프로야구로 유턴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에서 필요 전력을 얻지 못하면 눈을 돌릴 수 있는 곳은 FA시장 밖에 없다. 실제 많은 팬들은 국내 FA시장에 거품이 팽배해 있다고 말하지만 구단 고위층의 판단은 약간 다르다. 그 정도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충분히 영입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론 울며 겨자먹기로 큰 돈을 줄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비용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외국인 선수 몸값이 뛰게 된 첫번째 이유 또한 FA몸값 상승이었다. 또 FA몸값 상승이 외인 몸값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 이적료는 기본적으로 선수 연봉과 일정부분 비례한다. 연봉 30만달러짜리 선수에게 100만달러 이적료가 붙을 리는 만무하다.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이 수직상승하자 이적료도 덩달아 뛰었다.

외국인 선수 보유제한 철폐에 대해 선수협만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구단들도 회의적이다. 당장 외국인 선수 영입에 들어갈 비용이 급격히 증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선수협은
외국인 선수 보유제한 철폐에 대해 국내 선수들의 입지 뿐만 아니라 유소년, 아마 선수들의 미래가 위태롭다며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특급 FA몸값은 올해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좋은 선수 수요에 비해 공급은 늘 부족하다. KBO리그의 특성도 한 몫 한다. 각 구단은 모기업 지원이 있다. 사장, 단장의 개인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룹에 요청해서 추가비용을 타서 쓴다. 만약 성적을 내면 보너스도 나오고 승진도 한다.

FA에 필적할 전력보강은 현실적으로 외국인 선수 밖에 없다. 보유제한을 풀면 확실히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알기에 국내 선수들이 잔뜩 긴장하는 것이다.

연봉상한제 도입으로 다소 부족한 활약을 펼치는 기존 외국인 선수들도 내년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A구단 관계자는 "특급 외국인 투수 둘을 영입할 계획이 있었으나 이대로면 확보가 쉽지 않다. 다소 부족해도 기존 두명의 투수와 내년에 함께가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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