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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LG 오지환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 많이 우셨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9-05 22:38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LG 오지환이 좌월 동점 솔로홈런을 날렸다. 타구를 바라보는 오지환.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9.04/

오지환(LG 트윈스)은 지난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2-3으로 뒤지던 9회초 동점 솔로포를 쳤다. 팀은 9회말 끝내기 실책으로 3대4 패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전후해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았던 오지환에겐 반전의 서막을 알리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5일 수원 KT전에서도 오지환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첫 타석인 2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좌중간 2루타를 치고 출루한 오지환은 팀이 0-3으로 뒤지던 5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우중간 2루타로 출루, 김용의의 진루타와 유강남의 중전 적시타 때 각각 3루와 홈을 밟으며 추격점을 만들어냈다. 6회초에는 2사 2루에서 KT 선발 투수 더스틴 니퍼트에게 자동 고의 4구를 얻어내며 물오른 타격감을 입증했다.

하이라이트는 9회초. 2-3으로 뒤지던 9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오지환은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의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안타로 찬스를 잡은 LG는 유강남의 고의 4구로 만들어진 2사 1, 2루에서 대타 임 훈의 우중간 2루타로 2점을 뽑아내면서 4대3으로 역전승 했다. 숱한 비난과 장염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를 딛고 일어난 오지환의 '결자해지'였다.

-9회초 기습번트 상황을 돌아보면.

경기를 많이 나서지 못해 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빠른 공에만 대비했고, 타이밍에 신경을 썼다. 변화구가 잘 맞았는데 준비가 잘 되었던 것 같다.

-(4일 KT전) 홈런이 도움이 됐나.

빠른 공에 대비하고자 했다. 상대 투수에 잘 대비가 됐던 것 같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어떻게 버텼나.


내가 말을 하기 어려웠다.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장염 탓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자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몸이 좋지 않았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얻은 소득은.

잘하는 선배들을 보며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벤치에서 보는 입장이었다. 선수들의 훈련, 경기를 지켜보는데 집중했다.

-청소년대표 시절 동료 안치홍과 다시 만났다.

청소년대표 이후 10여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안)치홍이형이 당시보다 월등히 올라섰더라. 부러웠다.

-대회 기간 비난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다잡았나.

계속 머릿속으로 현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 위치에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 뿐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관심이 있어서 그런 말들을 해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고자 했다.

-금메달 획득 뒤 부모님과 동료들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부모님께 가장 죄송스러웠다. 서울 출신이 아니다보니 부모님이 멀리 떨어져 그런 것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기뻐하셨지만, 많이 우신 것으로 알고 있다.

-비난 속에서 잘 버텨온 것 같다.

모르겠다. 죄송하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나라는 사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도움이 됐고 좋은 시간이었다.

-귀국 후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걸 보는 분들, 팬들의 생각은 다르다. 내가 말을 많이 하는게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변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조심스러웠다.

-대회 기간 내내 대표팀 동료들 배려 많이 해준것으로 안다.

선배들이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황)재균이형, (김)현수형 모두 '네 할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이번 논란이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서 계속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될 수도 있는데.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내 스스로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야구를 그만두는게 아니다. 내가 보여드릴 모습이 더 많다고 본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어제, 오늘 내 스스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응원과 비난 교차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남은 경기를 통해 얼마나 절실한지, 어떻게 팀에 도움이 되는지 내 스스로 돌아보고 열심히 임하겠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할 것인가) 더 열심히 해보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죄송하다는 것인가.

나라는 선수로 인해 상처를 받으셨을 것이라 생각해 죄송하다. 같은 팀이 아닌, 대표팀은 전구단에 있는 선수들이 뽑이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다.

-현역 입대를 앞둔 시점으로 돌아가도 후회가 없나.

내겐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다. 큰 목표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경찰청에 두 차례 입대를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야구에) 더 욕심이 났고 열심히 하고자 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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