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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달콤한 휴식이 끝났다. 시선이 대표팀에 쏠려있지만, 각 구단들은 9월 4일만 바라보고 있다.
순위 싸움을 한창 치열하게 펼치던 팀들에게 18일의 휴식기는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시간이다. 2위를 두고 접전 중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 그리고 4~5위 다툼이 맞물려있는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까지. 지쳐있던 주전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은 10개 구단의 공통 분모다. 하지만 팀별 사정에 따라 휴식기 이후 전력이 크게 상승할 수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룡의 안정기? 독수리의 재비상?
일단 SK의 경우, 선발진 재정비가 가능해졌다. 앙헬 산체스는 8월들어 급격히 흔들리며 2경기 연속 3회 이전 강판되는 악몽을 겪었다. 특히 12일 홈 KIA전에서 ⅓이닝 10실점(9자책)한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다소 부침이 있던 문승원도 휴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꾸준히 관리를 받고있는 김광현도 상태가 좋기 때문에 올 시즌 목표(110이닝)를 넘기는 투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주포 최 정도 아직 허벅지 부상 여파가 남아있는 상태라 휴식이 무척 반갑다. 최 정은 아시안게임 출전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낙마했다. 대표팀 탈락이 SK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한화도 지친 투수들이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호재다. 한화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승률 9위(0.400)에 그쳤다. 투타 엇박자가 커졌다.
서 균, 장민재, 이태양 등 전반기에 탄탄한 활약을 펼쳐준 불펜진도 다소 지쳤고, 타자들도 흐름을 크게 타면서 승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들이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마운드 전체에 안정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김태균, 권 혁 등 베테랑 선수들도 실전 감각을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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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 4~5위 싸움의 주인공이 어느팀이라고 단정짓기 힘들다. 4위로 휴식기를 맞은 넥센은 8월초부터 11연승을 질주하는 등 초상승세를 탔다. 꾸준히 4~5위에서 머문 팀이지만, 이제는 5위 LG(3.5경기 차)보다 3위 한화(3경기 차)가 더 가까운 상황이다. 만약 넥센이 리그 재개와 함께 치고 올라서면 순위 싸움은 다시 뒤죽박죽이 된다.
더군다나 넥센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필승조 김상수가 9월초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긴 부상 공백에서 회복한 서건창의 컨디션도 그때쯤이면 더 좋아지기 때문에 '플러스' 요소가 있다는 사실이 넥센의 큰 장점이다.
삼성도 김상수, 이원석 등 주전 내야수들의 부상이 있기 때문에 휴식기동안 회복을 잘한다면 다시 한번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후반기 승률 최하위(0.308)인 LG야말로 가장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팀이다. 힘 떨어진 불펜이 재충전을 하고, 부상으로 동반 이탈한 브라이언 윌슨과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것이 급선무다. 오히려 LG는 긴 휴식 기간에 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게 됐다.
감독들은 "이렇게 긴 휴식기는 오랜만이라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반대로 치고 올라가는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숨기지는 않는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때도 20일이 넘는 휴식기가 주어졌고, 휴식기 이후 롯데와 삼성이 살아나고 한화가 추락하는 변수가 발생했었다. 훈련을 지켜보는 감독들의 머리속이 복잡한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