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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화, 초긍정 마인드가 필요할 때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8-08 05:46


지난 2일 KT 위즈전에서 9회말 2사후 역전 스리런을 터뜨리고 두손을 번쩍 든 한화 이글스 정근우.

한화 이글스가 7월 이후 주춤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박빙승부에서 패하는 일이 잦아졌다. 전반기 한때 7할을 웃돌던 1점차 승부 승률이 후반기 들어 반토막이 났다. 역전패도 점점 쌓이고 있다.

한화는 지난 주말 꼴찌 NC 다이노스에 2경기를 모두 내준 뒤 7일 선두 두산 베어스에 4대6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3연패에 빠졌지만 돌이켜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중위권 혼전으로 순위 하락까지는 숨을 고를 약간의 여유는 있다. 59승48패로 5할승률 승패마진 '+11'. 2위 SK 와이번스에 2게임 차 뒤진 3위다. 4위 LG 트윈스와는 6게임 차다. 물론 5위 넥센 히어로즈, 6위 삼성 라이온즈와도 6.5게임차, 7게임차까지 접근했다. 37경기나 남았으니 한화로선 안심할 수 없다.

지금 한화에 필요한 것은 무기력한 당황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초긍정 마인드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7일 경기에 앞서 "나 스스로 욕심을 냈다. 반성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강팀이었고, 언제부터 상위권이었는가. 다시 겸허하게 초심으로 돌아가 하나씩 부딪혀 보겠다"고 했다. 사령탑 스스로 승리에 조바심을 내면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기운이 전달될 수 있다고 했다.

시즌 개막 시점과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한화는 몇달 사이 기대 순위는 크게 차이가 나지만 근본 전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객관적인 투타 전력은 여전히 중간 언저리가 맞다. 특히 지난해까지 팀 마운드를 이끌었던 권 혁 송창식 박정진 심수창이 빠져 있고, 김태균 송광민까지 아픈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화는 7일 두산전에서 대타 카드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 선수 부족으로 매번 비슷한 선수들이 1군과 2군을 왔다갔다한다.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남은 8경기. 순위 싸움의 승부처를 넘는 전략은 좀더 홀가분한 도전정신이다. 한화가 4월과 5월, 6월까지 약진을 거듭할 때의 바로 그 모습이다. 어차피 드러난 선수 개개인 맨파워로는 한화가 따돌릴 수 있는 팀은 극소수다. 한화는 팀득점과 팀실점으로 도출해내는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로 보면 중위권에 머물러야 하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한달 넘게 2위 자리를 지켰다. 더 강한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며 얻어냈던 결과였다.

베테랑 정근우는 7일 경기에 앞서 1루 수비의 어려움을 묻자 "쉽지 않지만 그냥 도전하고 있다. 좋은 점도 있다. 홈에서 경기하면 더그아웃과 1루가 가까워 무척 편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1루수 미트도 샀다. 2루수 골든글러브를 3차례나 받은 국가대표 2루수였지만 후배 강경학에게 텃밭을 내줬다. 속이야 쓰리겠지만 "후배가 열심히 해서 쟁취한 것"이라며 쿨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은 좌익수로, 1루수로 정신없이 오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긍정마인드 덕분인지 정근우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 3홈런 7타점을 기록중이다. 1번 역할도 대과없이 수행중이다.

한화의 위기는 일정부분 예상됐던 터였다. 베테랑과 노장이 많은 팀 사정상 부상은 영원한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나마 지난해와 비교하면 부상 현황은 다소 개선됐다. 여기에 풀타임을 치른 토종 선발이 전무하고, 야수들 역시 한시즌을 풀로 치를만한 노하우를 가지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한화는 11년만에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역사적인 시즌을 경험하고 있다. 부상과 부진 악재가 이중 삼중으로 겹치자 경기력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압박감은 플레이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지금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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