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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라면 필수적으로 다양한 구종을 갖춰야 한다. 패스트볼 외에 적어도 2~3개의 변화구는 던질 수 있어야 타자와 승부할 수 있다.'
신재영은 얼마전부터 제3의 구종으로 던지던 체인지업을 봉인했다. 구체적으로는 2군에서 올라온 뒤 다시 선발로 복귀한 지난 6월26일 부산 롯데전부터다. 당시 신재영은 "2군에 있는 동안 내가 예전에 투구했던 영상과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그간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어 "그래서 체인지업의 중요성을 알지만 지금은 슬라이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체인지업을 봉인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신재영은 다음 등판이던 지난 6일 고척 NC전에서 완벽하게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 스타일을 보여줬다. 이날 5⅔이닝 동안 총 90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슬라이더가 정확히 45개/45개였다. 롯데전부터 이어온 패턴 변화를 계속 이어간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과감히 체인지업을 버리는 시도를 했다.
변화의 계기는 철저한 자기반성이었다. 신재영은 지난 6월9일 2군에 내려가 17일간 머물었다. 당시 신재영은 '왜 안될까'라는 실의에 빠져 있었다. 결국 과거 좋았던 시절의 영상 자료를 죄다 꺼내어 틀어보며 지금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 나섰다. 신재영은 "영상을 보니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폼이나 밸런스가 많이 안좋아졌다는 걸 발견했다. 체인지업을 던지면 분명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고 있었다"라면서 "고민 끝에 과감히 체인지업을 내려놓기로 했다. 일단은 있는 무기를 잘 이용해서 타자를 이겨보겠다"고 밝혔다. 대단한 용기가 없이는 할 수 없는 결단이다. 신재영의 이 도전이 어떤 종착지로 향하게 될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