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위크엔드 스토리]11년전 이형종을 울게 만들었던 윤수강의 인생역전 스토리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8-07-05 04:17 | 최종수정 2018-07-05 06:17


2018 KBO리그 NC와 kt의 경기가 2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사진은 NC 윤수강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6.29/

2107년 KBO리그 올스타전을 버스에서 TV로 보던 고등학교 코치가 있었다. 올스타전을 보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란다. 프로팀에서 방출돼 코치가 됐는데도 여전히 선수로서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친구들과 가족의 응원속에서 그는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 1군에서 뛰고 있다.

NC 다이노스의 포수 윤수강(28) 얘기다. 2007년 대통령배 결승 때 이형종이 끝내기 안타를 맞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웬만한 야구팬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형종을 울게 만들었던 결승타의 주인공이 바로 윤수강인 것은 잘 모른다. 당시 이름이 윤여운이었다.

윤수강은 프로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에 롯데에 지명받았다. 대졸 포수지만 1군에 오르기 쉽지 않았다. 주전 포수 강민호가 있었고, 그 뒤를 받치는 장성우도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 틈이 없었다. 2015년 KT 위즈로 트레이드됐는데 하필 장성우와 함께 옮겼다. KT에서도 그에겐 기회가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2차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았다. 광주일고시절 배터리이자 베스트프렌드인 정찬헌이 있는 팀이었다. 아쉽게도 LG에서도 자신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2016시즌이 끝난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모교인 광주일고에서 배터리코치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 정찬헌이 다시 시작해보라고 용기를 줬지만 이미 방출됐고, 부르는 팀도 없는 상황에서 선수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험과 같았다. 그러던 상황에서 선수들과 버스로 이동하며 올스타전을 보고 있었다. "야구를 보고 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는 윤수강은 "마음속에서 선수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것을 느꼈고 다시 선수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라고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지난해 가을 NC에서 테스트를 받아 합격해 다시 선수로 돌아왔다. 테스트를 받을 때 윤수강으로 개명을 했다고. 개명한 뒤 테스트에서 합격을 했으니 새 이름이 자신과 딱 맞는 듯. 주전 포수인 김태군이 입대하며 포수 자리가 비었고, 윤수강은 경쟁을 통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2012년 롯데에서 15경기, 2015년 KT에서 2경기에 출전했던 윤수강은 올해는 벌써 1군에서 26경기에 출전했다. 이 중 선발 출전이 17경기나 된다. 데뷔 첫 선발 출전이었던 지난 5월 15일 창원 롯데전서는 첫 타석에서 데뷔 첫 타점을 올리기도 했으나 9회말 2루로 뛰다가 롯데 문규현의 송구에 머리를 맞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1군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윤수강은 지난 3일 잠실 LG전서는 데뷔후 최다인 3안타를 치면서 2타점을 올려 팀의 역전승에 한몫했다.

3-4로 뒤진 9회초 무사 만루서는 친구인 정찬헌과 처음으로 맞대결을 했다. 윤수강은 "서로 얘기만 했던 상황이 실제로 이뤄져서 신기했다"면서 "(정)찬헌이를 보는데 웃음이 나려고 하더라"며 당시 심정을 얘기했다. 윤수강은 친구에게서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2루수앞 땅볼로 3루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동점 타점을 올렸다. 정찬헌에게 블론세이브가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윤수강은 10회초엔 1타점 안타를 날리기도 했다.

"롯데에 입단했을 때 개막전 엔트리에 들면서 내 실력에 자만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태했었다"며 자신의 과거를 반성한 윤수강은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마지막 기회이지 않나.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