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3000안타와 우승, 박용택에게 '별개의 것'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6-26 09:23


개인통산 최다안타의 주인공이 된 LG 트윈스 박용택의 궁극의 목표는 3000안타와 팀 우승이다. 박용택이 지난 23일 잠실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319안타를 친 뒤 축하 꽃다발을 받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LG 트윈스 박용택은 지난 23일 개인통산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운 뒤 "3000안타라는 큰 목표를 갖고 뛰면 좀더 동기부여가 된다. 그런 목표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은퇴에 관한 질문을 받자 "우승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통산 3000안타는 개인 목표일 뿐 한국시리즈 우승이 프로 선수로서 마지막 남은 궁극의 목표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박용택은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2차 우선지명을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타격왕, 득점왕, 골든글러브 등 개인타이틀 트로피를 몇 차례 받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하나도 없다. 입단하던 해 한국시리즈에 올라 6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성 라이온즈에 패해 준우승을 한 게 그의 포스트시즌 최고 성적이다. 포스트시즌 무대는 이후 10여년이 지난 2013, 2014, 2016년 세 차례 더 밟았으나, 한국시리즈까지는 가지 못했다.

올해가 프로 17번째 시즌이다. 현역 선수 가운데 박용택만큼 우승 염원이 큰 선수는 아마 없을 것이다. 프로 선수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은 우승을 차지했을 때다. 박용택이 "우승을 한 뒤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양준혁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이 지난 23일 잠실구장을 찾아 자산의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경신한 박용택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양준혁이 2010년 7월 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318안타를 친 지 약 8년만에 박용택은 통산 최다안타 부문의 새 주인이 됐다. 박용택은 기록 수립을 앞둔 며칠 전 "존경하는 양준혁 선배님을 기록 세우는 날 초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 양준혁은 박용택이 2319번째 안타를 치던 그날 꽃다발을 들고 잠실구장을 찾아 뜨거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둘의 만남은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을 만하다. 그만큼 통산 최다안타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남게 된 건 박용택에게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승 반지 하나가 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란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역대 개인통산 2000안타를 친 '레전드' 10명 가운데 우승 반지가 없는 선수는 딱 2명이다. 박용택과 이병규다. 현재 LG 타격코치로 박용택과 함께 하고 있는 이병규는 1997년 LG에 입단해 2016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2043안타를 날리면서도 우승의 감격은 맛보지 못했다. 이병규와 박용택은 2000년대 LG의 '암흑기'를 함께 보낸 기억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영광이자 선물이다.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1994년이다. 그 후로 24년이 흘렀다. LG는 언제쯤 우승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팬들, 구단들이 매년 던지는 질문이다. 박용택이 3000안타를 달성하려면 올시즌이 끝나고 4년 정도는 더 뛰어야 한다. 6월 이후 3할대 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박용택은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 올시즌 2400안타에 도달할 수 있다. 3000안타까지는 600개가 남는데, 매년 150안타 이상을 때린다면 2022년 대망의 3000안타 고지를 밟을 수 있다. 그의 나이 43세가 되는 해이다. 양준혁은 "박용택은 타격 매커니즘이 좋아 45세까지 현역을 뛸 수 있다. 또한 LG 류중일 감독님도 실력만 된다면 꾸준히 주전으로 배려해 주실 분"이라고 했다.

3000안타가 꿈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LG가 올시즌 후 FA가 되는 박용택에게 몇 년의 계약기간을 제시할 지가 큰 관심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용택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3000안타가 가능한 향후 4년 내 우승 반지를 끼는 일이다. 3000안타와 우승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