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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팀의 핫 플레이스는 1루다."
한 감독이 팀의 지휘봉을 잡고 보니 1루는 그야말로 곱게 포장된 폭탄과 같았다. 주전 1루수였던 김태균이 이미 수 년 전부터 체력과 허리 통증을 이유로 1루 수비를 내려놓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대안을 마련해놓지 못한 상황.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로 1루를 메우는 건 그야말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금세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이성열 백창수 최진행 카드는 수비적 측면에서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이 문제에 관해 한 감독은 "새로운 선수가 1루수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그 선수가 1루를 맡게된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답변이 애매할 수 밖에 없는 건 특정 인물이 아닌 복수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즌이 한창인 마당이라 이런 두루뭉술한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다. 하주석과 정은원 강경학이 후보군이다. 모두 1루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그나마 다른 내야 경험이 있고 수비 센스들이 있는 캐릭터라 후보군으로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궁여지책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여전히 리그 단독 2위로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1루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블랙홀이 내심 우려된다. 지금 당장은 크게 보이지 않지만, 이걸 막지 못하면 언젠가는 팀을 집어삼키게 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