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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여전한 딜레마 '번즈를 어찌할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5-22 23:58 | 최종수정 2018-05-23 00:26


◇앤디 번즈.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외국인 타자의 역할은 뭘까.

여러가지 역할을 들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한방'에 무게가 쏠릴 것이다. 국내 선수보다 큰 무대에서 보여준 기량과 경험을 토대로 중심 타선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타선에서 연결고리가 될 만큼의 꾸준한 타격감을 원할 수도 있다. 결국 '믿을 만한 방망이'를 갖춰야 한다.

이런 면에서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수비만큼은 '메이저리그급'이다. 빠른 발과 폭넓은 수비 범위, 안정적인 송구 능력 등 손색이 없다. 그러나 타격은 정반대다. 현재까지 36경기에서 133타수 33안타(3홈런), 타율 2할4푼8리다. 출루율 0.421, 장타율 0.291에 OPS(출루율+장타율)는 0.712에 불과하다. 외국인 타자에게 으레 기대하는 성적은 아니다.

롯데는 번즈의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부담이 적은 6~8번 타선에서 번즈를 활용했다. 한때 2번 타순까지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자리에서도 번즈가 만족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게 문제다. 지난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재정비' 차원에서 2군에 내려갔다 복귀했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 번즈는 롯데 하위 타선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116경기에서 423타수 128안타(15홈런), 타율 3할3리를 기록했다. OPS는 0.860였지만 고비 때마다 한방을 해주며 롯데의 가을야구행에 일조했다. 뛰어난 수비력으로 롯데 마운드에 안정감을 줬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번즈와 73만달러(약 7억9000만원)에 재계약 했다. 타격만 받쳐준다면 올해도 힘을 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지 오래다. 최근 들어선 찬스 상황에서 흐름을 끊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수비에서의 역할에 만족한다는 평가가 있지만, 반대 의견이 다수다. 롯데가 2년 연속 가을야구로 가기 위해선 중량감 있는 외국인 타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체 불가였던 2루 수비가 지난해와 달리 신본기, 정 훈 등 가용 자원이 늘어난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시즌 중반 외국인 타자 교체는 모험이지만, '중량감 있는 외인 타자'에 대한 갈증이 더 커 보인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번즈의 타격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번즈의 타격을 보면) 삼진 비율이 많지 않다. (실제 타격시) 공도 배트 중심에 잘 맞추고 있다"며 "초반 만큼 (타격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번즈는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좌익수 플라이와 1루수 앞 땅볼, 3루수 파울 플라이에 그쳤다. 7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3루수 오른쪽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조 감독의 신임은 여전하지만 번즈가 완벽하게 살아나려면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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