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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의 퓨처스리그 로봇기사 도입, 어떻게 볼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5-22 14:43 | 최종수정 2018-05-22 21:07


두산 베어스 2군 연습장인 이천야구장. 사진제공=무로이 마사야

이 칼럼은 물론 현재 한국의 모든 야구 기사는 사람의 손으로 씌어진다. 하지만 향후 로봇이 스스로 생각해서 쓴 기사를 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지난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퓨처스리그(2군) 활성화를 위해 '로봇기사 생산'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KBO는 퓨처스리그 경기 데이터 알고리즘을 개발해 인공지능(AI)을 통해 기사를 생산하고, 이를 KBO 홈페이지 및 공식 SNS에 공유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경기 결과 밖에 나오지 않았던 퓨처스리그 소식이 사람의 작업 없이 경기평까지 나온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로봇이 야구기사를 쓰는 것은 세계적인 통신사 AP에서 시작했다. 2016년 7월부터 자동 문장 작성 AI '워드 스미스'를 사용해 마이너리그 싱글A부터 트리플A 142개팀 13개 리그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에 로봇 기사는 아직 없다. 다만 닛칸스포츠가 유럽 축구에 관해 로봇이 쓴 기사를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닛칸스포츠에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디아이스퀘어사의 야마다 다카유키 과장은 "유럽 축구는 시차 관계로 경기가 일본의 심야 시간대에 벌어지고, 또 경기수도 많아 작업할 인원 확보가 쉽지 않다. 그래서 AI 기술을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면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처음부터 축구 기사를 로봇으로 생산할 생각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프로야구에서 하려고 했는데 힘든 부분이 많아 포기했다고 한다.

야마다 과장은 "AI에는 룰을 만들고 여러 패턴으로 대응하는 룰 베이스와 딥 러닝(심층학습)이 분류돼 있는데, 야구 기사를 로봇이 생산하려면 축구에 사용하는 룰 베이스가 아닌 복잡한 패턴을 사전에 준비하고 딥 러닝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야구에서 양팀이 득점을 거듭하는 접전 게임의 경우 어느 득점 장면을 추출해야 할 지 미리 많은 조건으로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 이 작업에 엄청난 준비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현재 닛칸스포츠가 실시하고 있는 유럽 축구의 로봇 기사는 어떤 식으로 준비를 했을까. 야마다 과장은 "팀명이나 선수 이름은 당연히 등록을 하고, '이겼다'는 결과만이라도 복수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승리했다', 또는 득점차 별로 '대승했다', '완승했다', 패배한 팀에서 보면 '석패했다' 정도가 나올 수 있게 룰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든 로봇 기사지만 이 기사가 그대로 일본 독자들에게 공개되지는 않는다. 일본은 미디어의 언어 표현에 대해 독자들의 지적이 엄격해 담당자가 최종 체크를 한 뒤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점에서도 일본은 야구 기사의 AI 도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야마다 과장은 인공지능의 장점에 대해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대신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사람과 AI가 공존하는 것이 아주 합리적인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 묘사나 선수의 생생한 코멘트는 사람이 쓰고 경기 결과나 경기평은 로봇이 쓰는 시대가 올 것이다. 미래를 향한 첫 걸음으로서 이번 KBO의 계획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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