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3연패를 넘어 4연패, 한 주의 시작을 망친 결과가 이렇게 참혹하다.
하지만 15일 첫 번째 경기에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9회 1점차 리드 상황서 마무리 박정배가 2아웃을 쉽게 잡고 동점 적시타, 역전 결승 홈런을 허용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그 충격이 너무 컸다. 힐만 감독은 16일 두산전을 앞두고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격앙된 모습을 경기 전 인터뷰 때 보여줬다. 마무리 문제 등 약간 민감한 질문 내용에 목소리 톤이 높아졌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잠을 거의 못잤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얼굴이 핼쑥해진 모습을 보였다. 평소 늘 차분하고 냉정하던 힐만 감독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자체가, 한 경기 패배에 팀이 얼마나 흔들렸는가를 보여줬다.
연패가 길어질 수 있는 전형적 패턴이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러다 또 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패배 의식이 선수들을 지배한다. 특히, 19일 KIA전에 마지막 보루 김광현을 투입하고도 상대 헥터 노에시에 완투패를 허용했다는 건 침체된 분위기가 더 안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감독들은 "승부를 걸겠다"는 등의 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승리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선수단 운용에 있어 무리수를 둘 수 있고 패배시 상실감이 커져 이어지는 경기에도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승부는 시즌 후반 순위 싸움이 치열할 때나 건다. 경기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팀이 망가지면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SK가 지난 두산 3연전을 앞두고 승부를 걸겠다는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돌아가는 상황이 SK에게는 자신들도 모르게 올인을 하게 만든 꼴이 됐다. 한 경기 결과가 팀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보여준 사례는 그동안 많았다. 당장, 롯데 자이언츠가 SK와의 개막전에서 포수 문제 등을 노출하며 진 후 속절없이 연패에 빠졌다. 만약 롯데가 그 경기를 잡았었다면, 그렇게 긴 연패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SK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연패를 끊어내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 연패를 끊기 위해 오히려 무리수를 두다 경기가 꼬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갖고 정석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맞다. SK는 연패에 쉽게 빠지는 다른 팀들에 비해, 타선과 선발의 힘이 더욱 강한 팀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