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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가 국내 데뷔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KIA 타선에 위기를 맞았지만 끝내 점수를 주지는 않았다.
1회초 1사후 2번 나지완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아 첫 위기를 맞았지만 3번 김주찬과 4번 최형우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잘 넘기면서 좋은 흐름을 잡았다.
6회초엔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상대편의 실수까지 나오며 무실점이 이어졌다. 선두 버나디나의 안타와 도루에 신본기의 실책이 더해져 1사 1,3루가 됐다. 4번 최형우의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며 안타가 되는 듯했지만 달려온 우익수 손아섭이 노바운드로 캐치해 2아웃. 이때 3루주자 버나디나가 홈으로 들어와 1-1 동점이 됐다. 그런데 5번 안치홍 타석에 앞서 듀브론트가 3루로 던졌고, 나광남 3루심은 버나디나가 3루를 밟지 않고 홈으로 리터치를 했다고 아웃을 선언했다.
6회말 번즈의 2루타로 1점을 더해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듀브론트는 7회까지도 나섰다. 듀브론트가 7회에도 마운드에 선 것이 한국에선 처음이다. 선두 5번 안치홍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6번 정성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7번 이범호를 2루수앞 병살타로 처리해 마지막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었다.
이날 듀브론트는 확실히 좋아진 구위를 보였다. 직구 구속이 1회부터 7회까지 140∼145㎞를 꾸준히 유지했다. 직구는 27개로 27%에 불과. 140㎞대의 투심(34개)과 커터(15개), 커브(13개), 체인지업(8개) 등을 함께 던지면서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했다.
듀브론트가 이전 6경기서 던진 582개 중 스트라이크가 341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58.6%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은 97개 중 68개가 스트라이크로 70.1%의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보였다.
스트라이크 중에서 루킹 스트라이크가 14개였고, 헛스윙이 14개, 파울이 22개였다. 헛스윙과 파울이 36개나 됐다.
그만큼 제구가 좋았고, 공의 구위와 움직임이 좋았다는 뜻이다.
듀브론트는 그동안의 과정이 적응이라고 했다. "KBO의 흐름에 익숙해지는 시간과 5일 쉬고 6일째 던지는 루틴에 적응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듀브론트는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경기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라고 했다. 듀브론트는 이날의 호투에 특별히 바뀐게 없다고 했다. "오늘은 전략적으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앞의 경기와 같게던졌는데 결과만 좋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특별히 언급한 것은 포수와의 호흡. "최근 3경기에서 많이 좋아지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는 스스로도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포수 나종덕과의 호흡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듀브론트가 퇴출까지 거론되는 상황속에 5월의 첫 등판에서 드디어 1선발다운 피칭을 했다. 롯데로선 분명 기분좋은 5월 출발이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