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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원우 감독은 11일 이대호를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고 타격 부진 원인을 짚었다. 주장이자 팀의 간판 타자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있는 이대호가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했다. 동료 타자들이 오랜만에 분발하면서 빈자리를 채웠다. 이대호도 분위기를 타길 바랐지만 내용과 결과 모두 아쉬웠다.
시즌 15경기서 이대호는 17차례 타석에 섰다. 12타수 1안타 2볼넷 3타점, 희생플라이 1개를 만들어내는데 그쳤다. 득점권 타율 8푼3리, 4번 타자의 무게감에 걸맞지 않는다. 기록만 놓고 보면 지금의 이대호에게 4번은 '맞지 않는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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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장타만 고집하는 타자가 아니다. 파워보다는 컨텍트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섬세하게 타격감을 잡는 유형이다. 지난해 시즌 중반 슬럼프를 넘긴 이대호가 후반기 몰아치기로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끈 점을 떠올려 볼 만하다. '영점'을 잡아가는 시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길게 보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대호가 4번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진한 이대호를 향한 비판,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4년간 150억원을 보장 받았다. 국내 최고기록을 쓴만큼 FA 선수들이 부진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몸값논란도 피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대호는 여전히 롯데의 간판 타자다.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 나선 롯데 타자 중 가장 큰 응원을 받은 선수다. 그가 여전히 팀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점을 대변해주는 장면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만을 두고 이대호를 빼기엔 너무 이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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