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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권 .083' 이대호, 빼는게 답일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4-13 09:35


◇이대호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이대호가 지난달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삼진을 당한 뒤 벤치로 향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는 12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펼쳐진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전날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이대호는 1루수 겸 4번 타자로 나섰으나 홈런-타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전날 8회말 대타로 나와 안타를 기록한데 이어 두 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타율은 2할4푼1리가 됐다.

선수도, 팬도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1회말 명예회복의 찬스가 왔다. 전준우 손아섭 채태인의 연속 안타로 1-1 동점이 된 무사 1, 3루에서 타석에 선 이대호는 넥센 선발 최원태가 던진 세 번째 공에 배트를 휘둘렀으나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전날 연속 안타로 대량 득점을 만들어냈던 롯데였기에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채태인의 안타로 만들어진 5회말 2사 1루. 이대호는 초구에 배트를 댔고 뜬공을 만들었으나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조원우 감독은 11일 이대호를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고 타격 부진 원인을 짚었다. 주장이자 팀의 간판 타자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있는 이대호가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했다. 동료 타자들이 오랜만에 분발하면서 빈자리를 채웠다. 이대호도 분위기를 타길 바랐지만 내용과 결과 모두 아쉬웠다.

시즌 15경기서 이대호는 17차례 타석에 섰다. 12타수 1안타 2볼넷 3타점, 희생플라이 1개를 만들어내는데 그쳤다. 득점권 타율 8푼3리, 4번 타자의 무게감에 걸맞지 않는다. 기록만 놓고 보면 지금의 이대호에게 4번은 '맞지 않는 옷'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호를 빼야 할까. 쉽게 수긍하긴 어렵다. 시즌 초반 부진 만으로 팀의 간판 4번 타자 거취를 쉽게 정할 수는 없다. 넥센 역시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병호를 4번 자리에 두고 있다. 시즌 초반 순조롭게 출발했던 박병호는 4월 타율이 2할(35타수 7안타)이다. 같은 기간 타율이 이대호(30타수 8안타, 2할6푼7리)보다 안좋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박병호의 최근 슬럼프를 두고 "흐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팀 전체적인 하락세와도 연관이 있다"며 "박병호가 터져야 승패가 갈리는 흐름으로 가선 안된다. 다른 선수들이 역할을 해주면 된다. 기다려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대호는 장타만 고집하는 타자가 아니다. 파워보다는 컨텍트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섬세하게 타격감을 잡는 유형이다. 지난해 시즌 중반 슬럼프를 넘긴 이대호가 후반기 몰아치기로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끈 점을 떠올려 볼 만하다. '영점'을 잡아가는 시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길게 보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대호가 4번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진한 이대호를 향한 비판,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4년간 150억원을 보장 받았다. 국내 최고기록을 쓴만큼 FA 선수들이 부진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몸값논란도 피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대호는 여전히 롯데의 간판 타자다.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 나선 롯데 타자 중 가장 큰 응원을 받은 선수다. 그가 여전히 팀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점을 대변해주는 장면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만을 두고 이대호를 빼기엔 너무 이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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