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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팍' 올해도 '홈런공장' 불명예(?) 이어갈까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8-03-22 06:00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가 개장 3년차를 맞았다. 올 시즌 라팍은 관중의 시야를 가렸던 내야 기둥을 줄였다. 그물망도 기존 그물망보다 더 가볍고 얇은 고급 재질로 바꾸고 높이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라팍에는 '꺼야하는 더 급한 불'이 있다. '홈런공장'이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 말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이 닉네임은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팔각형 구조는 상대팀에게 홈런 개수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라팍에서는 66경기 189개의 홈런이 나왔다. 경기당 2.86개다. 72경기에서 217개로 경기당. 3.01개가 나온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이어 2위다. 하지만 팀 상황이 다르다. 인천에서 나온 홈런중 129개는 SK 와이번스 타자들이 쳐낸 것이다. 올시즌에도 SK는 쉬어갈 타순이 없다고 할 정도로 '한방'이 있는 타자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는 지난해 이미 은퇴한 이승엽과 함께 다린 러프와 구자욱 말고는 홈런 20개를 넘긴 타자가 없다. 지난 해 라팍에서 나온 홈런 중 116개는 상대팀에서 터뜨린 것이었다.

라팍은 다른 구장에 비해 좌우중간 펜스의 거리가 짧다. 때문에 개장하면서부터 '펜스 높이를 조절 해야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구장을 처음 설계할 때는 홈 팀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해야한다"며 "지금 당장이 아니라 완공이 됐을 때 팀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를 예측해 만들어야한다"고 애둘러 지적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펜스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는 것 같다. 펜스를 뒤로 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높이는 방안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좌측 펜스는 뒤편에 상점들이 있어서 펜스를 높이기 힘들다. 그나마 우측이 가능할 것 같은데 그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는 '그린몬스터'라는 높이 11m가 넘는 상징적인 펜스가 있다. 이 '그린몬스터'처럼 라팍에도 '블루몬스터'가 필요한 걸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해봐야하는 시점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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