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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면서 몇 차례 시련을 겪는다. 중요한 건 그런 일이 벌어진 다음이다. 시련에 주눅들고 좌절한다면 거기서 실패로 끝이지만, 아픈 기억을 새로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성공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그래서 섣불리 "실패했다"고 비난할 게 아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올해는 타율 4할에 2홈런이다. 그가 친 안타는 모두 홈런이다. 아직 삼진은 당하지 않았고, 볼넷 2개를 골라냈다. 선구안과 파워, 타석에서의 대처능력이 모두 일취월장했다는 증거다. 미국에서의 실패가 박병호를 한 단계 더 앞으로 이끈 듯 하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의 지난 2년은 언급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일 수도 있는데, 그는 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14일 한화전에 앞서 만난 박병호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좋은 투수들의 공을 정말 많이 봤다. 그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온 것 같다"고 했다. 박병호가 얻었다는 건 야구 기술 자체만이 아니라 야구에 임하는 태도까지 포함돼 있다. 그는 확실히 3년 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져 있다. "핑계대지 않겠다. 경기를 통해 보여드리겠다"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